2024-25시즌 신한 SOL페이 핸드볼 H리그를 앞두고 서울시청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내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와 득점왕에 오름과 동시에 FA 자격이 주어진 우빛나를 잡은 건 다행이었지만, 베테랑 권한나가 이적하고 팀의 중심 역할을 해주던 피벗 조아람이 은퇴하면서 팀이 젊은 선수들 주축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우빛나, 조은빈, 정진희 골키퍼를 중심으로 피벗 이규희의 경기력이 올라오기만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레프트윙 윤예진이 부상으로 초반 뛰지 못했고, 라이트윙 송지영도 몸이 온전치 않았으며, 베테랑 조수연(레프트백)은 시즌 후반에나 출전이 가능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밖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무서운 기세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1라운드에 4승 2무 1패를 기록, 2위까지 치고 올랐다. 지난 시즌 포지션이 겹치면서 애매했던 조은빈이 제자리인 센터백을 맡으면서 훨훨 날았다. ‘은빈턴’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를 휘젓고 다니며 패스가 여의치 않으면 슛을, 아니면 우빛나와 이규희의 슛을 도우며 6게임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이 시기에 조은빈 못지않게 이규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우빛나 부상이라는 복병이 등장해 연패에 빠지더니 3승 1무 3패를 기록하면서 4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우빛나를 경기에 투입하면서 그나마 4게임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3라운드에 접어들어 선수들의 체력이 이슈가 되면서 5게임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사이 5위로 추락했다. 특히 하위권인 광주도시공사에 패한 데 이어 대구광역시청과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부산시설공단에 역전당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상은 맥스포츠 핸드볼 전문 해설위원은 “많이 아쉽다. 잘하긴 했지만, 우빛나가 지난 시즌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도 있었지만, 우빛나의 이름에 걸맞은 플레이가 안 나왔다. 조은빈의 활약이 돋보였다. 몸 사리지 않고 뛰었는데 좀 안타까울 정도였다. 옆에서 조금만 받쳐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규희 선수도 많이 성장했다. 서울시청은 전반적으로 수비가 아쉬웠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청은 지난 시즌 13승 1무 7패로 3위를 차지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돌풍이 이번 시즌 초반까지 이어졌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아쉬움을 드러내며 9승 5무 7패로 5위를 기록했다. 승점 1점이 모자라 4위 자리를 내줘야 했으니 시즌 막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우빛나와 조은빈의 활약 속에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봐야 했던 시즌이었기에 다음 시즌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팀이다.
서울시청은 이번 시즌 21경기에서 560골(평균 26.6골)을 넣고 554실점(평균 26.3골)을 했다. 득점은 8팀 중 3번째로 많았을 정도로 공격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4경기에서 30골 이상을 기록했고, 특히 39골은 이번 시즌 여자부 최다 골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보니 많은 점수 차로 앞서다 따라잡히기도 하고, 반대로 크게 뒤지다 역전하는 등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청은 560골 중 6m에서 155골을 넣었고, 중거리 슛으로 117골을 기록했다. 8팀 중 7미터 드로에서 가장 많은 96골을 넣었고, 돌파로 81골, 속공으로 64골, 윙에서 42골을 기록했다. 비교적 고른 득점 분포를 보였다. 실책은 178개로 중간 단계에 머물렀고, 스틸이 경남개발공사 다음으로 적었다. 골키퍼 세이브도 237개였다.
서울시청은 우빛나가 중거리 포와 7미터 드로에서 위력을 보이며 가장 많은 139골을 넣었고, 조은빈이 돌파와 중거리 포로 125골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레프트윙 윤예진이 65골, 라이트윙 송지영이 57골, 피벗 이규희가 55골, 중거리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오예나가 39골, 초반 윙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박수정이 35골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정진희 골키퍼는 224세이브로 5위를 기록했다.
조은희 해설위원은 “기대한 것보다 잘했다. 송지영 선수 무릎 상태가 안 좋으니까 왼손잡이가 하나도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오른쪽은 다 죽어 있고 왼쪽에 우빛나와 조은빈 선수밖에 없으니까 좀 약한 팀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이규희 선수를 데리고 뭔가를 만들어야 했는데 시즌 초반에 그게 잘 됐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이 뭉쳐서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로 초반에 확 끌어 올렸다. 하지만 우빛나 선수 부상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빛나 선수가 부상 이후에 심적으로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력에 비하면 이번 시즌 잘 이끌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