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1위 외인에 테러 협박·2위 팀 한화에 트럭 시위, 도 넘은 악성 팬덤 [MK초점]

프로야구에 이제 도 넘은 악성 팬덤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홈런 1위 선수에게 가족과 반려견에 대한 테러 협박을 일삼는 팬, 만년 하위권에 머물다 정규시즌 2위를 기록 중인 팀의 코칭스태프에게 원색적인 비난의 문구를 담은 트럭 시위를 하는 팬들이 있다. 과연 그들을 진정한 팬이라고 볼 수 있을까.

빗나간 애정도 애정이라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일그러진 온라인 문화의 폐해, 사이버 불링 및 테러와 같은 신규 범죄의 한 종류일 뿐이다. 긍정적인 의견 개진이라고 보는 것도 곤란하다. 정말 정상적인 의견이라면 정신적인 폭력이나 괴롭힘도 포함하지 않은 방법으로 밝혀야 옳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테러 협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밝혀 큰 충격을 줬다. 디아즈는 자신의 SNS에서 “한국에서 받은 사랑과 애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는 항상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팬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디아즈는 “하지만 제 가족에게 해를 끼치려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제 아내는 해를 입을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고, 반려견들을 독살하겠다는 위협까지 받았다“며 입에 담을 수 없는 테러 협박 위협을 받았다고 전해 큰 충격을 안겼다.

이어 디아즈는 “저는 절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 구단에 따르면 디아즈는 그간 악성 댓글이나 악성 메시지 등 다양한 사이버 폭력에 시달렸지만 그것도 팬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해 인내해왔다. 하지만 가족과 반려견을 향한 직접적인 위협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해당 행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애정과 관심이 아닌 명백한 범죄 행위다. 더군다나 디아즈가 올 시즌 113경기에서 타율 0.300/38홈런/118타점/67득점/ OPS 0.965를 기록하며 홈런과 장타율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맹활약 중인 선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범죄 행위에는 일말의 상식적인 동기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디아즈의 고백을 통해 수면 위로 해당 행위들이 드러났을 뿐 KBO리그에서 뛰는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은 큰 관심과 함께 적지 않은 사이버 폭력 등을 경험한 바 있다. 각 구단들이 해당 문제 때문에 수면 아래서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선수들도 자정을 요구해왔지만 사라지지 않는 악행들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외국인 선수 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같은 사이버 폭력들을 경험한 바 있다고 한다. 선수들에 따르면 가족들을 향한 협박이나 선수를 대상으로 한 욕설 등은 도를 넘는 수준이며 그 횟수와 방법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고 잔혹하며 집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거 포털의 스포츠-연예 뉴스가 존재했을 당시 있던 악성 댓글이 이제 개인의 SNS로 넘어오면서 수면 아래로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그 강도나 정도는 오히려 더 심하다는 게 선수들을 비롯한 복수의 야구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일부 사이버 폭력의 경우 특정 집단의 주도하에 조직적인 단체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특정 커뮤니티나 집단 혹은 악성 팬덤들은 ‘팀 혹은 선수를 향한 애정’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사이버 폭력을 자행하면서 이를 ‘옳은 의견’이라고 포장하는 사례가 많다.

이밖에도 익명의 집단 혹은 개인들은 요즘도 특정 포털이나 중계 OTT 실시간 댓글 등에서 수많은 악플들을 쏟아내고 있고, 이들은 혐오와 증오를 양분 삼아 전염되고 때론 디아즈의 사례와 같은 추가적인 협박의 범죄 행위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과거 연예인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악성 댓글과 혐오 의견 표현 등으로 수많은 이들이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사이버 폭력과 혐오 표현들에 그간 관대했던 사회와 여론들이 공범인 셈이다.

시대는 성과와 성공만을 최우선 가치로 평가하고 그 외의 모든 과정과 소속 구성원들의 인간성을 말살하고 제거하려 들면서 일방적으로 편향적인 가치나 일부 집단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시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즈의 사례 외에도 최근 정규시즌 2위에 올라 있는 한화는 ‘항의 트럭 시위’가 구장 앞에 출몰하는 황당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8월 들어 한화가 1위에서 2위로 순위가 하락하자 일부 팬들은 김경문 한화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문구들이 적힌 항의 트럭을 서울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생명볼파크로 보냈다. 항의 트럭은 최근 프로야구를 중심으로 팬들이 구단을 향한 비판 등을 하는 방식으로 자주 쓰였다.

그러나 이번 항의 트럭의 경우 시기나 상황, 트럭 시위를 기획한 근거 등이 납득하기 힘든 수준에 지나치게 악의적이라 오히려 일반 대중들로 부터 비판을 샀다. 실제 항의 트럭은 근거 없는 주장을 통해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를 악의적인 수준으로 비난하며 좋은 성적의 이유는 오로지 선수들 덕분이란 식의 엉터리 주장을 펼쳤다.

실제 해당 팬들은 성명을 통해 “현재 한화는 리그 2위라는 순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감독의 운영이 아닌 선수들의 투혼과 희생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불펜 혹사, 데이터가 아닌 ‘감’에 의존한 판단, 변함없는 타순과 선수 기용 방식이 팀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수리가 더 높이 날기 위해선 구단과 그룹 차원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항의 트럭 시위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 야구 관계자는 “현재 2위로 선두와 몇 경기 차 내외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팀에 온 항의 트럭이 맞나 싶다”라고 의아해하며 “성적이 나면 전부 선수 덕분이고 못하면 감독이나 코치탓인가. 저런 의견들이 나올때마다 참 어이가 없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외에도 소식을 접한 수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한화가 그간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며 가을야구 진출을 생각도 못했던 과거와 비교해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요즘에도 저런 악의적인 의견들이 나온다는 게 참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항의 트럭을 주도한 팬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의견은 구단을 위한 것이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자위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 중에 선수단과 팬들이 모두 접할 수 있는 장소에 선수단을 분열시킬 수 있고, 특정인들에게는 부담을 가할 수 있으며, 상식적이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인 주장을 일방적으로 게시하는 것은 또 다른 정신적인 폭력의 일종으로 여겨질 수 있다.

프로야구가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이자 대한민국 1위 인기 스포츠로 거듭난 이 시점에서 스스로가 ‘더 야구와 자신의 팀을 많이 알고, 애정하고, 아끼는’ 입장이라고 착각하며 익명에 기대어 ‘혐오를 증폭하고 조장하는 팬덤’은 이미 존재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다. 야구장은 즐거워야 하는 곳이며, 이제 프로야구는 많은 팬들이 일명 ‘밥친구’이자 ‘하루의 동반자’로 안방에서 익숙하게 접하고 가족, 연인, 친구들과 편안하고 즐겁게 ‘새로운 나들이 장소’로 만나야 할 즐거움의 대상이 됐다.

이미 프로축구는 일부 과잉 팬덤들이 주도한 습관적이고 관성적인 버스막기, 폭력 시위 등을 통해 스스로 정당성을 잃은 바 있다. 그리고 과거 대중 스포츠로서 외연을 확장할 기회를 잃은 바 있다. 수년간 지속됐던 해당 문제들에 대해 축구 팬덤과 커뮤니티에서도 자정의 움직임이 일면서 이제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제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다시 변모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정화의 노력들이 최근 관중 증가세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프로야구는 긍정적인 수많은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는 화려한 외향 안에는 여전히 도려내고 짜내야할 고름들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디아즈가 당한 피해처럼 공교롭게도 이런 사이버 폭력이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트럭 시위가 겨냥하는 것이 선수단 전체가 아닌 감독과 코칭스태프만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 저열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더욱 손쉽게 원망을 전가하고 실망을 쏟아낼 대상을 골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극히 비생산적인 감정을 배설하면서 부디 모두의 야구를 자신만의 야구로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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