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역대 최악의 마지막을 보냈다.
존 시나는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새터데이 나잇 메인 이벤트에서 군터와 맞대결을 펼쳤다.
2002년 6월, 커트 앵글을 상대로 역사의 시작을 알린 시나는 23년이 흐른 뒤 자신의 라스트 댄스를 맞았다. 그러나 마지막이 허무했다. ‘Never Give Up’의 상징인 그가 군터에게 탭 아웃, 패배한 것이다.
은퇴전을 치르는 선수가 반드시 마지막 승자가 되는 법은 없다. 그러나 시나처럼 허무하게 보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것도 WWE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는 그의 마지막이 이처럼 허무한 건 보기 힘든 일이다.
‘폭스 스포츠’는 “WWE 스타 시나는 1만 923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군터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슬리퍼 홀드’에 탭 아웃하며 패배했다”며 “시나는 군터의 시그니처 기술에서 수차례 빠져나왔다. 그러나 완전히 지친 그는 이상하게도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고 윙크를 한 뒤 탭 아웃, 항복했다”고 이야기했다.
시나는 ‘Never Give Up’의 상징으로 23년의 WWE 커리어에서 단 4번의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마지막 서브미션 패배는 2004년 앵글에게 당한 것으로 즉 21년,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탭 아웃 패배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
WWE의 마이클 콜은 “오늘 밤, 프로레슬링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를 파괴했다”는 멘트를 전하기도 했다.
코디 로즈, CM 펑크 등 WWE 스타들은 시나의 마지막을 위해 자신들의 챔피언 벨트를 건네며 ‘진정한 챔피언’으로서 막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팬들은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당연하다. 시나와 같은 거대한 선수가 다소 억지스러운 연출로 끝을 낸 건 좋은 반응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팬들은 WWE 기획 책임자인 트리플 H가 등장하자 ‘Bullxxxx’, ‘You xxcked up’ 등 욕설을 퍼부었다. 트리플 H는 시나를 껴안았으나 야유는 계속 이어졌고 심지어 WWE의 라이벌 단체 AEW를 외치기도 했다.
‘폭스 스포츠’는 “시나는 20년 넘게 WWE의 얼굴이자 정상에 선 인물이었다. 이 기간 동안 WWE는 막대한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했으나 동시에 수많은 결정으로 인해 오랜 팬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트리플 H는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조금 실망스럽다. 더 시끄러울 줄 알았다. 비즈니스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렸다”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시나는 마지막 순간 운동화와 손목 밴드를 링에 남긴 채 퇴장했다. 그리고 “모든 세월 동안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감사하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헐크 호건, 스티브 오스틴, 더 락 등과 함께 WWE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리빙 레전드의 마지막이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