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적수가 없다. 여러 기록들도 새로 썼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이야기다.
안세영은 21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세계랭킹 2위)를 세트스코어 2-1(21-13, 18-21, 21-10)로 물리쳤다.
이로써 시즌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안세영은 남녀 통합 한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번 대회와 더불어 3개의 슈퍼 1000 시리즈(말레이시아오픈·전영오픈·인도네시아오픈), 6개의 슈퍼 750 시리즈(인도오픈·일본오픈·중국오픈·덴마크오픈·프랑스오픈·호주오픈)와 슈퍼 300 대회 오를레앙 마스터스에서 정상을 밟았다.
세계 배드민턴 역사상 한 시즌에 11차례 정상에 오른 선수는 2019년 일본 남자 단식 선수 모모타 겐토에 이어 안세영이 두 번째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승률 또한 94.8%(73승 4패·수디르만컵 포함)로 역대 남녀 단식 선수 중 단연 최고다.
아울러 이번 대회 상금 24만 달러를 보탠 안세영은 상금 100만 달러도 돌파하게 됐다. BWF의 집계에 따르면 안세영의 올 시즌 누적 상금은 100만3175달러(14억8570만 원)에 달한다. 2023년 본인이 세운 종전 최고 기록 57만8020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액수다.
더불어 통산 상금도 256만9466달러(38억537만 원)로 늘어나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183주 동안 남자 단식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덴마크 레전드 빅토르 악셀센의 228만4569달러를 넘어섰다.
1세트는 여유로웠다. 안세영은 초반 선취점을 내줬지만, 곧바로 반격했다. 연속 득점을 통해 서서히 앞서 나갔고, 21-13으로 1세트를 가져왔다.
하지만 2세트는 안세영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왕즈이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갔으며 그 결과 8-4 리드를 잡았다. 안세영도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고, 그 결과 한때 역전하기도 했으나, 뒷심이 모자랐다. 결국 18-21로 2세트를 내줬다.
다행히 안세영은 3세트 들어 반등했다. 강력한 스매시와 침착한 경기 운영을 통해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에도 그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끝내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편 여자 복식 이소희와 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는 결승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유키-마쓰모토 마유 조를 세트스코어 2-0(21-17, 21-11)으로 완파했다. 이날 결과로 한국 여자복식 조는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하게 됐다. 과거 그랑프리 파이널 시절이었던 1998년과 1999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혼합 복식 김동문-나경민 조 이후 한국 선수로는 26년 만에 나온 역대 두 번째 왕중왕전 2연패 기록이다.
결승은 무려 69분에 걸친 혈투였다. 한 포인트에 셔틀콕이 156차례나 오가는 ‘초장거리 랠리’가 펼쳐질 정도로 양 팀은 팽팽히 맞섰다. 다행히 승리의 여신은 이소희-백하나에게 미소지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마침내 우승과 마주하게 됐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