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SOL Bank 25-26 핸드볼 H리그 남자부는 인천도시공사의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충남도청 역시 인천도시공사 못지않은 돌풍을 일으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중심에는 올 시즌 가장 눈부신 등장으로 H리그를 놀라게 한 신인 육태경이 있었다.
충남도청은 최종 5위에 머물렀지만, 전통의 강호 두산과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구단 창단 이후 최다승인 9승을 기록했다. 특히 팀 공격의 핵심이었던 김태관이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무명에 가까웠던 신인 육태경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충남도청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육태경의 이번 리그 입성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4-2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육태경의 재능을 눈여겨본 충남도청 이석 감독은 팀 내 공백이 생기자 그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렇게 마지막 기회를 잡은 육태경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고, 단 한 시즌 만에 H리그를 대표하는 신인으로 올라섰다.
사실 육태경은 학창 시절부터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다. 24-25시즌 신인왕 김태관과 같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경쟁했던 유망주였지만, 성장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이 약점으로 지적되며 점차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육태경은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길을 선택했다. 큰 체격을 가진 선수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빠른 스피드와 민첩한 몸놀림, 한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을 무기로 삼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데뷔 첫 시즌부터 164골을 기록한 육태경은 인천도시공사 이요셉(166골)과 마지막 경기까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쳤다. 비록 2골 차로 득점왕을 놓쳤지만, 신인 선수가 리그 득점 2위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성과였다. 결국 그는 압도적인 활약을 인정받아 남자부 영플레이어상을 차지했다.
육태경의 가장 큰 무기는 두려움 없는 돌파다. 상대 수비수 사이를 거침없이 파고들며 넘어지는 순간까지도 공을 놓치지 않는 집념, 작은 체격을 잊게 만드는 강력한 중거리 슛은 상대 팀에 큰 위협이었다.
기록에서도 그의 공격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64골 가운데 중거리 슛으로만 61골을 성공시켰고, 7미터 드로우에서 55골, 돌파 20골, 속공과 6미터 슛으로 각각 13골을 기록했다. 특히 수비가 밀집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드리블과 순간적인 스피드는 육태경만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육태경은 시즌 중반 인터뷰에서 “키가 작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빠른 움직임과 하체 힘을 키우기 위해 많은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보완할 점도 있다. 센터백으로 뛰면서 31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공격을 조율하고 동료들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경기 운영 능력은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데뷔 첫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득점력과 돌파 능력만큼은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래프트 탈락이라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던 한 무명의 선수는 이제 H리그 최고의 신인으로 우뚝 섰다. 작은 체격을 한계가 아닌 무기로 바꾼 육태경. 그의 거침없는 질주는 이제 막 시작됐다.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김용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