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황석조 기자] KIA 타이거즈에게 고척돔은 단순한 넥센 히어로즈 홈구장이 아니었다. 환희의 새 구장도 아니었다. 도전과 아픔만이 가득했다. 막다른 길에 몰렸던 KIA. 마지막 고척돔 경기에서는 웃을 수 있었다.
올 시즌 KIA에게 고척돔은 악몽 그 자체였다. 시작부터 꼬였다. 시범경기 일정이 없어서 미리 체험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이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5월6일 첫 고척나들이에서 9점차 대패를 당하며 좋지 않은 첫 경험을 맛 봤다.
그런데 첫 날은 시작에 불과했다. 더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에이스 양현종이 완투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3연전 중 마지막 날은 박정음에게 끝내기 패배를 허용했다.
두 달여가 지난 뒤 다시 온 두 번째 고척나들이에서도 웃지 못했다. 내리 2연패 한 뒤 마지막 세 번째 경기에서는 또 한 번 박정음에게 끝내기 안타로 무너졌다.
고척돔 첫 승의 기회가 두 번 밖에 남지 않은 이번 2연전. 전날 에이스 양현종이 출격하며 승리를 기대했다.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5회까지 5점 차 리드를 지키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하지만 고척돔 승리의 여신은 또 다시 KIA를 피해갔다. 6회 빅이닝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다. 8회 한 점 달아났으나 다시 추격을 허용했고 결국 9회말 서건창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고척돔 7연패.
장소를 떠나 KIA는 넥센에게 절대적인 열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4월15일 광주에서 열린 시즌 첫 맞대결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내리 10연패를 당했다.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었다. 넥센 포비아 및 고척돔 징크스에 매번 울었다.
8월12일은 KIA가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마지막으로 펼치는 고척돔 경기였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KIA로서 이날 패한다면 정규시즌으로 한정했을 때 내년까지 다시 고척돔 경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해를 넘기면서까지 징크스에 시달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KIA가 올 시즌 마지막 고척돔 경기서 고대하던 첫 승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타선이 터지며 손쉬운 경기를 펼쳤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이를 아는 KIA 선수들은 이날 그 어떤 때보다 절치부심했다. 경기 전 김기태 감독은 말을 아꼈으나 고척돔 무승에 대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악재도 많았다. 주포인 브렛 필이 어깨염증으로 이날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캡틴 이범호 역시 손가락 부상으로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초반 노수광이 도루시도 후 왼 손가락 골절부상을 당해 4주 진단을 받았다.
그렇지만 경기내용은 확연히 달랐다. 첫 승을 향한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다. 초반부터 노수광, 신종길로 이어지는 연속안타, 이어 김주찬이 결정적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하위타선도 분전했다. 2회초 강한울과 김호령이 기회를 만들었고 노수광 대신 교체된 윤정우가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기대 이상의 플레이가 이어졌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KIA는 경기를 지켜냈고 결국 감격의 고척돔 첫 승 낭보를 전했다. 또한 이번 시즌 넥센전 10연패의 사슬도 끊어냈다. 패배가 곧 하락을 의미하는 힘겨운 5위 싸움에서도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아픔(필, 이범호, 노수광 부상)이 가득한 하루였고 아쉬움(7패)이 한가득인 고척돔이지만 마지막에는 웃으며 떠나게 된 KIA다. KIA가 올해 다시 고척돔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KIA, 넥센 양 팀 모두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야 확률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