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빅보이’ 이대호(34)의 한국 복귀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MK스포츠 취재 결과 이대호는 최근 미국에서 지인에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해외생활에 지친 가족들을 위해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대호의 한국행이 구체화된다면 영입 경쟁은 뜨거워질 전망. 그 중에서 친정인 롯데 자이언츠가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대호가 한국에 돌아오게 된다면 2011년 이후 6년만이다. 이대호는 2012년 일본(오릭스 버펄로스)에 진출하기 전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였다. 2006년 타율, 안타, 홈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한 타자가 됐다.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 1위를 차지해,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 기록을 세우며 정규시즌 MVP에도 올랐다. 모두 롯데 시절 세운 기록들이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경남고를 거쳐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자타공인 현존하는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롯데도 이대호와 함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대호가 버티고 있던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 이어, 이대호가 떠난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이는 롯데 창단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에 복귀할 경우 이대호의 신분은 FA(자유계약선수)다. 10개 구단과 모두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롯데도 타구단과의 경쟁을 해야 한다. 물론 부산사나이인 이대호가 롯데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다. 문제는 조건이다. 이대호는 올해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400만 달러(약 45억원)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이는 일본 시절보다 몸값을 깎은 것이다. 야구선수로서 최종 목표인 메이저리거에 도전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일본 시절 몸값은 오릭스와 2시즌 동안 최대 총액 7억6000만 엔(약 111억원-당시 환율), 소프트뱅크와 2년 총액 9억엔이었다. 롯데가 2011시즌 후 4년 총액 100억원의 조건을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일본에서 몸값이 2배 정도 많은 셈이다.
문제는 롯데가 얼마를 배팅할 수 있느냐다. 롯데는 지난해 FA비용으로만 138억원을 지출했다. 외부 FA인 손승락(60억원)·윤길현(38억원)에 영입했고, 집토끼인 송승준과 40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이 8위에 그치며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또 다시 많은 돈을 쓰기에는 분명 부담스러운 입장. 게다가 내야수 황재균이 FA자격을 얻게 돼, 황재균과도 협상을 벌여야 한다. 모기업에 손을 벌리기도 난처한 입장이다. 최근 그룹총수일가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에 야구단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물론 이대호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은 맞다. 떨어진 부산 야구의 인기를 한방에 회복할만한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과 이대호가 공존하던 시절, 사직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뜨거운 응원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대호가 해외로 떠나고, 성적이 하락하면서 사직구장은 민망할 정도로 빈 관중석이 많았다. 만약 미적거리다가 국내 타구단에 이대호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론은 이대호의 ’마음’에 달려있다. 과거 사례때문이라도 롯데는 감성적으로 잘 접근해야 한다. 타격 7관왕-MVP를 차지한 뒤 이대호는 2011년 연봉협상에서 구단에 7억원을 요구했지만, 6억3000만원에서 1원도 더 줄 수 없다는 구단 태도에 연봉조정신청까지 했고, 결과적으로 조정에서 지면서 감정이 많이 상했던 일이 있다. 이후 롯데 구단과 이대호와의 관계는 멀어졌다. 물론 이창원 사장-이윤원 단장이 부임한 후 지속적인 스킨십을 가지며 큰 감정의 골은 사라졌다는 후문. 과연 롯데가 이대호의 마음의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