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10월 31일, 손혁(43)의 이름 뒤에는 ‘전 코치’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메인)는 더 이상 그의 자리가 아니다. 재계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백수’가 된 그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시원섭섭하나 들뜨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그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넥센은 지난 10월 31일 장정석 신임 감독 취임식 직전 1~3군 코칭스태프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필드매니저’ 장 감독과 함께 1군을 이끌 코칭스태프는 8명이다. 큰 틀이 바뀌지 않은 가운데 5명(심재학·박승민·오규택·조재영·김동우)의 보직이 변경됐다. 그런데 이름 하나가 빠졌다. 손혁이라는 이름이. 박승민 불펜코치가 투수코치로 이동했다.
손 전 코치는 재계약 대상자였다. 지난 2014년 11월 염경엽 전 감독의 요청으로 넥센 투수코치를 맡은 그는 2년간 넥센의 마운드를 업그레이드시켰다. 2년 사이 넥센 투수 기록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해 평균자책점 4위(4.96), WHIP 공동 3위(1.50)에 올랐으며 볼넷은 10개 팀 중 가장 적은 435개였다 .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지웠다. 그의 지도 아래 젊은 투수들이 성장했다. 15승 투수 신재영이 등장했으며 박주현, 최원태 등 유망주도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세이브 1위 김세현을 축으로 새 판을 짠 필승조도 안정감을 더했다.
넥센은 코칭스태프 개편 폭을 좁게 하고자 했다. 이강철 수석코치, 박철영 배터리코치, 정수성 주루코치와 결별하면서 기존 코치들을 유임하려 했다. 손 전 코치도 그 대상이었다. 넥센은 염 전 감독과 등을 돌렸으나 손 전 코치의 공을 높이 평가했다. 재계약 협상을 했으나 결렬됐다. 그리고 손 전 코치는 ‘야인’이 됐다.
떠나는 손 전 코치는 구단에 감사해했다. 그는 “전임 감독님께서 요청을 했지만, 내게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 사실 난 투수코치로서 경력도 없던 사람이었다. 내 지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했다. 2년간 많은 도움을 받았고, (야구인과 지도자로서)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전 코치는 미안해했다. 그 대상은 자신이 지도했던 투수들과 자신을 응원했던 넥센 팬이다. 그는 “넥센 팬의 응원이 컸다. 외부에서 넥센 투수들을 가리켜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넥센 팬은 믿어주셨다. 그런데 이렇게 떠나게 돼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손 전 코치는 지난 주말 넥센 투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 작별인사였다. 배려이자 도리였다. 그는 “어차피 (월요일이 되면)내 사퇴 이야기를 다 알게 된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면 충격이 크지 않겠나. 그래서 한 명씩 다 연락을 했다. 덤덤하게 대화하려 했는데 마음이 짠하더라”라고 했다.
손 전 코치의 사퇴는 넥센 투수들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휴대폰 너머 들려오는 손 전 코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았다. 깜짝 놀랄 소식에 당혹스러워했지만 그렇게 작별인사를 했다. 얼굴도 못 본 채.
형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던 손 전 코치는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 기회가 닿으면 다시 또 야구장에서 만날 인연이니 그때까지 힘내고 건강하자”라며 덕담을 나눴다. 아쉬움도 함께 나누면서.
손 전 코치는 ‘잠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는 신변정리를 하고 1달여 후 가족이 지내는 미국 샌디에이고로 출국한다.
투수코치로서 후한 평가를 받은 그는 남편과 아버지로서 좋은 평가를 받기를 희망했다. 손 전 코치는 “아내, 아들과 함께 살았던 시간이 없다. 미국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 동안 못 땄던 점수를 따야 한다”라며 웃었다.
야구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 가서도 야구공부를 계속한다. 또한, 야구를 시작한 아들의 멘토이자 코치가 되려 한다.
손혁 전 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는 2년의 추억을 남기고 영웅군단과 작별했다. 사진=MK스포츠 DB
10세 야구소년의 소질이 좀 있다고. 한국인 첫 부자(父子) 야구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얻겠다라는 말에 그는 “도전만 하면 되겠나. 아들은 메이저리그 도전이 아닌 메이저리그 진출을 해야 한다”라고 콧노래를 불렀다.
손 전 코치는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없다. 타 팀 코치, 방송 해설위원 등 제의도 없다. 현재까지는. 단, 그가 사랑하는 그라운드로 돌아올 날이 아주 늦진 않을 터. 현장을 아예 떠나는 게 아니라는 그는 ‘조만간’ 또 보자며 유쾌한 인사 속 통화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