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7년 4월 6일은 함덕주(22·두산)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13년 프로 데뷔한 그의 118번째 경기는 조금 특별했다. 늘 순서를 기다리며 뒤에서 등판했던 그가 ‘선발투수’로서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패전투수.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4⅔이닝 4피안타 8탈삼진 2실점. 그러나 경기 후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선발 데뷔전을 치른 고영표(6이닝 1실점)가 첫 선발승의 기쁨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의 첫 선발 등판 소감은 수원구장이 아닌 잠실구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함덕주는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그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함덕주는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선발 등판해 (정규시즌에서는)안 떨릴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3,4회부터 조금 긴장이 풀렸다. 자신감도 생겨 내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졌다”라고 밝혔다.
탈삼진만 8개. 함덕주의 개인 1경기 최다 탈삼진이다. 그는 “특별히 탈삼진을 의식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렇게 많이 잡았는지도 몰랐다. 위기 상황에서 ‘삼진보다 맞혀서 잡자’ ‘2S니까 확실하게 공을 던지자’라고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 그날따라 체인지업이 좋아서 최대한 잘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함덕주는 1-1로 맞선 5회말 2사 2루서 3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 실점. 그리고 남은 아웃카운트 1개를 못 잡고 강판했다.
함덕주는 “3연속 볼넷이 참 아쉽다. 후회도 든다. (2사 1,2루서)모넬과 과감하게 승부를 벌여야 했다. 너무 안 맞으려다가 만루 위기를 초래했고 결국 후속타자(장성우)에게까지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라며 아쉬워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싶기도 할 터. 함덕주의 투구수는 89개였다. 하지만 함덕주는 기분 좋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는 “5회까지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속타자(오정복 2안타)와 전적이 안 좋아서 교체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회는 앞으로도 계속 있으니까 기분 나쁠 건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함덕주의 피칭은 훌륭했다. 김태형 감독도 “함덕주가 정말 잘 던졌다.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을 했지만 정규시즌은 또 다르다. 5회까지 막아줬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잘 던졌다”라고 칭찬했다.
정작 함덕주는 김 감독의 칭찬에 의아한 반응이다. 그는 “전혀 아니다. 그날 내 공이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냥 체인지업, 하나만 좋았다. 무엇보다 볼넷이 너무 많았다. 베스트 피칭은 아니었다”라고 냉정하게 자평했다.
두산 타선도 야속했다. 김재환의 홈런(1점) 외 점수를 뽑지 못했다. 2회초 1사 1,2루 및 5회초 2사 1,3루 찬스에서 침묵했다. 김 감독도 아쉬워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함덕주는 오히려 자책했다. 그는 “1점이라도 얻었으니 내가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면 이겼을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난 괜찮다. (야수진)형들이 더 답답했을 것이다. 그 부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내 운이다. 그리고 (야수진)형들이 잘 친다. 때문에 나만 잘 던지면 된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함덕주는 예정대로면 오는 11일 잠실 KIA전에 나간다. 풀타임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면, kt전 호투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
함덕주도 의지가 강하다. 그는 “선발투수로 부담감은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그저 잘 던지고 싶다는 소망만 있다”라며 “(kt전에서)여러 위기도 겪었으니 다음 경기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볼넷을 최대한 줄여 5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