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화 이글스가 10년째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5-13으로 완패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한화는 2008년 이후 10시즌 동안 가을야구를 구경만 하게 됐다. 19일 현재 한화는 58승1무75패로 8위에 머물러있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LG트윈스와 타이기록이다.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가을에 손가락만 빨았다. 2002년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LG는 기나긴 암흑기를 겪었다. 2013년 가을 잠실야구장의 유광점퍼가 화제가 될 정도로 LG팬들에게 암흑기 탈출을 큰 감동이었다.
암흑기라는 말이 나올 때 빠지지 않는 팀이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가을야구는 ‘언감생심’이었다.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팻말을 든 팬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롯데의 암흑기는 ‘8888577’이라는 숫자나열로도 유명했고, 한국 야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롯데의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LG와 한화 이전의 최장 기간 가을야구 구경꾼 기록이었다.
한화의 암흑기는 LG, 롯데와는 다른 느낌이다. 암흑기 탈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한화는 5차례의 최하위를 경험했다. 2009년과 2010년, 2012년 8위에 그쳤고 9구단 체제로 열린 2013년에는 KBO리그 사상 첫 9위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역시 9위에 머물렀다. 한화는 이제 성적보다는 팀 체질 개선을 우선으로 내세우고 있어 내년에 가을야구 진출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
◆ 성적에 대한 압박→우승청부사 영입→암흑기 도래라는 공식
긴 암흑기를 겪은 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이어지면서, 구단 체질 개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이 나지 않기 때문에 잦은 감독 교체가 많은데, 오히려 잦은 감독 교체가 독으로 돌아오는 모양새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롯데는 2001년 7월 사령탑인 김명성 감독의 갑작스런 타계를 암흑기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후 우용득 감독을 거쳐 백인천 감독이 부임하면서 암흑기의 정점을 찍었다. 2003년 김용철 대행 이후 2004년 부임한 양상문 감독이 2005년 팀을 5위로 올려놓으며 암흑기 탈출에 시동을 거는 듯 했지만, 롯데는 양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두 차례 롯데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강병철 감독을 다시 데려왔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대로 강 감독이 사령탑이던 2006년과 2007년 모두 7위에 그쳤다.
LG는 2007년 현대를 4차례 우승으로 이끈 김재박 감독을 영입했지만, 김 감독이 사령탑이던 시절 5위-8위-7위에 그쳤다. 이후 부임한 박종훈 감독(현 한화 단장)도 5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2011년 이후 사퇴했다. 역시 우승청부사라고 불린 감독을 데려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암흑기가 길어진 사례였다.
올 시즌 한화에서 중도 퇴진한 김성근 감독. 한화의 실패를 보여주는 감독 낙마다. 사진=MK스포츠 DB
한화도 비슷한 양상이다. 2009년을 마지막으로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뒤, 2010년부터 당시 초보 감독인 한대화 감독이 부임했지만, 2012년 시즌 말 퇴진하고, 해태를 9차례, 삼성을 1차례 김응용 감독이 부임했다. 하지만 한화는 김 감독의 커리어에서 실패로 남았다. 2년 동안 프로야구 전무후무한 9위 꼴찌만 기록했다. 이후 한화는 역시 맡은 팀마다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고, SK왕조를 연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지만, 역시 허사로 돌아갔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야구관계자는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아니겠냐”며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감독도 사람이기에 성적에 대한 자신감이 압박감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무리한 선수 기용이라던지, 작전을 내는 경우가 많다. 팀이 스스로 망하는 패턴이다”라고 지적했다.
◆ 암흑기 탈출, 구단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암흑기를 겪는 팀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외부 시장에서 선수를 수혈하는 것이다. 물론 FA시장이던, 트레이드를 통하건 팀의 취약점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하고,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암흑기를 겪는 팀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롯데는 암흑기 시절, 우완 이상목, 외야수 정수근을 FA로 영입했지만, 그리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정수근은 오히려 야구 외적인 문제로 옷을 벗었다. LG도 2009년을 앞두고 FA 이진영 정성훈을 영입해서 나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지만, 암흑기를 탈출한 2013년은 이들이 두 번째 FA계약을 맺은 뒤였다. 2010시즌을 앞두고는 넥센에서 이택근을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이택근은 2시즌을 치른 뒤 FA로 다시 넥센으로 유턴했다. 이택근을 영입했을 때 LG는 국가대표급 외야수만 5명을 보유해, 이택근이 1루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순기능보다는 포지션 교통정리가 안 되는 모양새였다.
7년간의 암흑기 탈출 후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했다가 다시 4년 연속 가을에 손가락만 빨았던 롯데. 올해는 가을야구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한화도 암흑기를 맞으면서 FA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이용규, 정근우부터 권혁 배영수 심수창까지 한화는 최근 FA시장의 큰 손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FA영입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
결국 구단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암흑기에 빠지더라도 성적을 내야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팀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팀 체질을 개선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영입이라야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되는데, 방향성이 없는 영입은 오히려 팀 체질만 악화시킨다. 한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라며 “프런트가 중심을 잡고 팀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과거 암흑기를 겪었던 롯데나 LG도 뚜렷한 방향이 없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