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38승1무18패. 이제 10월 3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남겨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7월18일부터 거둔 전적이다. 7월18일은 프로야구 후반기가 시작된 시점이다. 전반기 41승1무44패로 승률 5할도 거두지 못했던 롯데는 후반기에만 승패마진 +20을 거둬들이며, NC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오른 상황이다. 남은 경기 승리하면 NC의 승패와 상관없이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내게 된다. NC와 상대전적에서 롯데가 9승7패로 앞서기 때문이다.
후반기 롯데 대반격의 중심에는 브룩스 레일리(29)가 있다. 2일 현재 레일리는 29경기 선발 등판해 13승7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에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레일리와 롯데의 궤적은 서로 닮아있다. 롯데고 레일리의 반등에 웃는 것이고, 레일리도 자신의 부활을 통해 팀의 진격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제 10월3일 홈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의 시즌 최종전에도 레일리의 등판은 유력하다. 레일리는 올 시즌 명실상부한 거인군단의 에이스다.
하지만 전반기만 해도 레일리의 성적은 처참했다. 6승7패에 평균자책점 4.67이었다. 개인 연승이 시작된 6월24일 두산 베어스전 이전까지만 해도 레일리는 3승7패였다. 특히 6월7일 마산 NC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는 등 난타를 허용하며 6실점했다. 이날 경기 이후 레일리는 2군으로 내려갔다. 레일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극에 달했다. 2015시즌부터 롯데와 함께하고 있는 레일리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에이스급이 아니라는 데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집중됐다. 2군에 다녀와서도 6월18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4⅓이닝 5실점으로 다시 패전투수가 되면서 레일리를 퇴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6월24일 두산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반등에 성공한 레일리는 이후 10연승을 달리고 있다. 레일리에 대한 시선은 180도 확 달라졌다. 시즌 중반에 재영입한 조쉬 린드블럼(30)과 함께 레일리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하고 있다. 전반기 소년가장 모드였던 박세웅(22)과 베테랑 송승준(37)까지 두자릿수 승리를 챙기며, 롯데는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갖췄다. 전반기와는 확 달라진 롯데 마운드다.
냉탕과 온탕을 오간 레일리에게 올 시즌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그는 “내 할 일을 꾸준히 했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롯데의 에이스답게 씩씩했다.
◆ 텍사스 상남자 레일리 “부상 없이 30번 선발 등판했다는 게 중요”
2015년부터 린드블럼과 함께 롯데 선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레일리는 린드블럼과 비교해 다소 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린드블럼이 큰 키에서 나오는 강속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반면, 레일리는 독특한 투구폼과 빠른 속구보다는 슬라이더 등 변화구가 더 돋보이는 투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레일리는 상남자다. 롯데 구단 관계자들도 “좀 더 체격이 큰 린드블럼이 점잖은 면이 있는 반면, 레일리는 거친 구석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출신인 레일리는 카우보이 부츠를 즐겨 신고, 며칠 동안 사냥을 떠나는 전형적인 텍사스 남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전반기 부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레일리는 되레 “항상 하는 얘기지만 한 시즌은 매우 길다. 모든 선수들이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사이클이 있을 것이다. 서로 격려해주고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팀이라고 생각한다. 선발투수로서 다치지 않고 한 시즌 30경기 선발로 나가서 건강하게 시즌 마치고 팀이 가을야구 진출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쿨하게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반기 레일리의 반등의 최대 요인으로 체인지업을 꼽는다. 최효석 부산 MBC해설위원은 “우타자 상대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전반기보다 후반기 체인지업의 제구가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7일 NC전 난타 이후 2군에 다녀오면서 체인지업의 위력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레일리는 “체인지업은 매우 중요한 구종 중 하나로 올 시즌에 특히 카운트싸움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속구의 로케이션이 항상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매 경기 직구 제구에 집중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속구 제구가 잘 되는 날 다른 구종들도 컨트롤이 잘 되는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어 “특별한 비결은 없고 항상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3년간 지내다 보니 상대팀도 나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하기 때문에 나도 상대팀 분석도 많이 하고 팀 마다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레일리다운 자신감 넘치는 답변이었다.
과거 롯데에 입단했을무렵,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MK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던 레일리. 이후 3년 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으며 장수 외국인 선수 반열에 올랐다. 사진=김재호 특파원
◆ 첫 득녀 기쁨도 “올해는 어메이징! 롯데의 일원인 게 고맙다”
레일리는 까다로운 상대나 타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 할 일만 제대로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후반기 상승세와 더불어 레일리는 겹경사까지 맞았다. 바로 첫 딸 레일린(Raelynn)이 태어난 것. 레일리는 9월초 딸의 출산을 보기 위해 미국을 다녀왔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레일리는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도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딸이 눈에 밟히지 않냐는 질문에 레일리는 “당연히 보고 싶다. 이번 시즌은 정말 환상적(amazing)인 시즌인 것 같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한국, 특히 부산 생활만 3년째인 레일리는 부산이 제2의 고향이다. 텍사스에서 자라 뼛속까지 텍사스 남자인 레일리는 다른 보통의 미국인들처럼 해외에 나간 경험이 많지 않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묻자 “소고기!”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냉면에도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최소 4위를 확보해, 5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레일리도 한국에서 맞는 첫 포스트 시즌이다. 사직의 열광적인 응원은 가을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레일리는 “우선 3위로 마치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면서 “포스트시즌에도 달라 질 것은 없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팀도 후반기 좋은 분위기와 흐름을 이어나가면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레일리도 최근 롯데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서 “지난 3년간 롯데가 팀으로서 매우 발전하고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자라서 팀의 핵심 선수들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베테랑 선수들과의 호흡도 잘 맞는 것 같다. 현재 팀은 신구조화도 잘 이루어지는 것 같고 클럽하우스나 웨이트장에서도 항상 밝은 분위기로 모두 행복하게 야구를 즐기는 것 같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내년에도 레일리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건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레일리는 자신의 거취보다 가을야구에서 롯데의 비상을 기대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계속 살아남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우승을 하는 것. 그래서 롯데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해 주고 싶다. 지난 3년간 팬 분들이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에 감사하고 내년에도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 좋겠지만 내년시즌에 대해서는 아직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지난 3년간 팬 분들 그리고 롯데에서 가족과 자신에게 해준 모든 것들은 정말로 특별하고 감사한 시간들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