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주전에서 다시 후보로. 아쉬워 할 수도 있을 텐데 류지혁(24)은 덤덤하다.
지난해 125경기에 출전한 류지혁은 새 시즌 주전 내야수가 아니다. 유격수는 건강을 회복한 김재호가 맡을 공산이 크다. 1루수, 2루수, 3루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선수층이 두꺼운 두산이다.
때문에 류지혁도 출발선에 다시 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류지혁은 “내게 원래 자리도 없었다. 1군의 백업 내야수도 내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의 후보군도 많다.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1군 엔트리 진입이 우선적인 목표다”라고 밝혔다.
류지혁은 지난해 태극마크도 달았다. 연령 및 경력 제한 규정이 있으나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도 참가했다. 국가대표 내야수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기 힘들 정도로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류지혁은 긍정적인 면을 바라본다. 류지혁은 “내가 두산에서 뛰고 있었기에, 이 정도로 성장해 국가대표까지 될 수 있었다. 절대 나 혼자 크지 않았다. 국가대표 내야수 선배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그 점은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잘 하면 주전이다. 그것이 1군의 현실이다. 그런데 두산에는 1,2군의 경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프링캠프를 가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류지혁은 한 계단 올라섰다. 2017년 많은 경험을 쌓았다. 포스트시즌 선발 출전, 국가대표 발탁, 문재인 대통령 시구의 시타까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마냥 기분 좋은 기억만 있지 않다. 아픔도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류지혁은 “정말 많은 걸 경험한 해였다. 그 중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출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잘 못했는데 내 야구인생의 값진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NC와 플레이오프 1차전, 유격수 류지혁의 실책 뒤 선발투수 니퍼트가 급격히 흔들리더니 만루홈런을 허용했고 두산은 대패했다. 당시 류지혁을 향한 비난이 거셌다.
류지혁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첫 타구만 잘 처리했다면 잘 풀렸을 텐데. 그래도 힘들지 않았다. 날 욕하는 거 당연하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인데 내가 못하지 않았나. 비판은 당연하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다만 난 너무 큰 경기에서 범했다”라며 “내일이 안 오는 거 아니지 않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다음에는 잘 하면 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매년 한 계단씩 오르는 류지혁은 올해도 ‘성장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거울이기도 했다.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봤다. 류지혁은 “김재호 선배 부상으로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졌는데 큰 부담이었다. 빈자리를 못 느끼게 하자고 마음먹었는데 그렇게는 안 된 것 같다”라며 “스스로 실망스러웠다. 내가 많이 부족했다. 성적도 만족스럽지 않다. 실책(15)도 많았고 타격(0.259)도 안 좋았다. 그래서 요즘 내구성을 다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두산은 지난 15일 창단기념식에서 정상 탈환을 다짐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3연패가 좌절됐다. 쓰라린 경험을 했던 류지혁도 의지를 다진다.
그는 “2등은 두 번 다시 못할 것 같다. 후유증이 크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아있다. 내가 미쳐서 더 잘 했다면 어땠을까. 그 아픈 기억을 곱씹으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류지혁의 새 시즌 목표 또한 팀이 정상을 밟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7년의 류지혁보다 잘 하는 2018년의 류지혁이 되는 것이다.
그는 “모든 부분에서 더 나은 시즌을 만들고 싶다. 딱히 수치를 정하지 않았다. 누가 나를 봐도 ‘성장했구나’라는 말을 듣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그리고 악착같이 버텨내겠다”라며 웃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