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8일 문학 삼성-SK전. 9회초 2사 1,2루 찬스를 못 살린 삼성은 9회말 한기주(31)를 내세웠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었다.
지난 3일 마산 NC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뒤 한기주의 첫 등판이었다. 첫 타자는 앞선 타석에서 역전 2점 홈런을 날린 한동민. 한기주는 141km 속구로 삼진 아웃시켰다. 그리고 나주환과 김성현도 내야 땅볼을 유도해 깔끔하게 1이닝을 막았다. 투구수는 11개.
삼성은 무승부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노수광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으나 달라진 투수력을 보여줬다. 계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1년 전 비슷한 시기와 180도 달라졌다. 특히, 한기주의 가세로 삼성 불펜의 높이가 높아졌다.
삼성 한기주가 7일 문학 SK전에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팀 내 입지도 굳건하다. 김한수 감독은 “7·8회에 투입할 생각이다”라며 한기주를 필승조로 중용하고 있다. 실력으로 답했다. 한기주는 7일 현재 6경기에 나가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실점은 딱 1번. 피안타율은 0.200이다.
한기주는 “아직 100%는 아니다”라며 “그래도 스프링캠프부터 페이스가 빨랐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현재 성적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한기주의 무실점은 5번째 경기에서 깨졌다. 못내 더 아쉬운 것은 끝내기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점이 끝내기 홈런이었다. 그래서 더 아쉽다. 내가 좀 더 집중했어야 했다. 마운드를 내려가는데 아쉬움이 가득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다 잊었다.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1실점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은 다 떨쳐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 언젠가 줘야 할 점수다. 일찍 줬다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한기주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한기주의 SK전 등판은 나흘 만이었다. 그렇지만 팀의 12경기 중 6경기를 소화했다. 연투도 한 차례 있었다. 시즌 이렇게 많이 등판한 것은 오랜만이다.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1군 마운드에서 많이 던지고 싶었던 게 한기주의 오래된 소망이었다.
그는 “잘 관리해주셔서 힘든 거 없다. 그리고 1이닝씩 밖에 안 던져 연투도 무리없다”라며 “나뿐 아니라 다른 투수도 1이닝씩을 소화함으로써 다음 경기에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기주는 지난해 말 이영욱과 1대1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적은 2006년 프로 입문 이후 첫 경험이다. 그러나 그라운드 안에서 한기주의 야구를 펼치는 것은 크게 다를 게 없다. 유니폼과 동료만 달라졌을 뿐이다.
그래도 지난 3월 28일 광주 KIA전 등판은 감회가 새로웠다. 광주의 KIA 팬 앞에서 12년간 뛰었던 KIA를 상대로 공을 던져야 했다.
한기주는 “569일 만에 등판한 개막전도 뜻 깊었으나 아무래도 KIA전이 더 남달랐다. 그때 떨리는 것보다 상당히 긴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광주에서의 첫 인사 풍경은 훈훈했다. 한기주는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삼성 한기주의 목표는 매 시즌 같다. 아프지 않고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것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변하지 않은 게 또 하나 있다. 한기주의 목표다. 네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던 그는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8경기를 뛴 게 전부다. 4시즌은 아예 1경기도 나가지 못했다.
‘오뚝이’가 된 지금도 그는 목표가 “아프지 말자”다. “부상 없이 1군에서 풀시즌을 소화하고 싶다.” 수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하는 말이지만, 한기주의 발언은 더욱 와 닿는다.
한기주는 “보직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아프지 않다면, 어느 위치에서 나가든지 상관없다”라며 “아무래도 부상과 수술 이력이 많아 안 아픈 게 가장 중요하다. 누군가는 이닝, 승수 등을 말하겠지만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목표다. 부상 없이 계속 1군 경기의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너무 아팠다. 그리고 자주 아팠다. 그래서 부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한기주다. 가족도 한기주를 배려해 관련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는다. 부모님과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따름이다.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아들이 다시 일어선 것에 누구보다 기뻐한다. TV로나마 멀리서 바라보면서.
관리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부상을 우려해 매 순간 행동을 조심하지 않는다. 한기주는 “내가 조심조심 한다고 안 다치는 거 아니다. 그래서 야구장 안팎에서 더 과감하게 움직인다. ‘이렇게 하면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 내 머릿속부터 ‘아프다’라는 단어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기주는 ‘건강하게’ 다시 일어섰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의 공 움직임은 상당히 좋은 것도 땀방울의 결실이다. 더 이상 강속구도 던질 수 없으나, 기교파 투수로 계속 발전해 나가는 꿈을 그리고 있다.
한기주는 “난 삼진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치라고 공을 던진다. 그래야 범타가 되든지, 안타가 된다”라며 “어깨 수술 이후 움직임이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시즌은 내년, 내후년에도 있다. 이 스타일을 더 완벽하게 정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잠깐이 아니라 앞으로 꾸준하게 계속 해낼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라며 “언젠가 내가 힘들다고 느끼면 미련 없이 은퇴할 생각이다. 그 전까지는 아프지 않고 끝까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