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에 사이렌이 울린다. LG 마무리 투수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다. 고우석(22)이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마운드로 향한다. 그런데 함성이 들리지 않는다. 관중석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프로야구 KBO리그가 5월 초 개막할 경우,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세 차례 연기됐던 KBO리그는 14일 개막일이 결정될 전망이다. 최근 일일 확진자가 50명 이하로 감소 추세다.
단, 무관중 개막이 유력하다. 질병관리본부도 아직 감염 위험이 남아있어 방심하면 대규모 확산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접한 접촉을 피해야 하는 데다 정부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있어 야구팬은 TV, 핸드폰, PC 등 ‘미디어’를 통해서 야구를 즐겨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점유율 10%, 20% 등 점진적으로 관중석을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10개 구단은 청백전을 무관중으로 치르고 있다. 21일부터 시작하는 교류전도 야구장의 문은 닫혀있다. 경험하고 있어도 낯선 경험이다. 정규시즌 무관중 경기는 또 다르다. 응원가를 크게 틀며 최대한 평소 경기처럼 할 터다. 그래도 관중의 ‘생생한’ 함성과 응원을 귀로 들을 수 없다.
고우석은 “2군에 있다가 1군에만 올라가도 느낌이 다르다. 2군에선 아무리 잘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1군 경기를 뛰면, ‘이래서 야구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무관중 경기를 하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야구팬에 대한 감사함도 더 커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중석에 아무도 없는데 사이렌이 울리고 내가 등판하면 이상한 기분이 들 것 같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일부에선 무관중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관중의 함성은 ‘사기’를 끌어올리는 최고의 방법이다.
고우석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는 게 싫다.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니까 경기에 집중할 것 같다. 승부의 긴장감은 다르지 않다”라고 밝혔다.
야구의 봄이 가까워지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고우석은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해 건강하고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고우석은 “야구를 하는 것보다 누구도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힘든 상황을 빨리 이겨내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