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걱정하는` 체육회, 정부 정책에 딴지 거나

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폭과 관련해 정부(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문체부는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및 체육계 복귀 제한 강화’를 강조한 반면 한국 엘리트 체육의 본산 대한체육회는 ‘가해자에게도 사회 재진입 기회 필요하다’는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가 아직도 스포츠 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학교폭력 등 스포츠 인권 문제 강경 대응을 강조한 지 이틀 만인 18일 대한체육회는 국회 제출 답변서를 통해 “청소년 가해자를 교화하여 올바르게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대한체육회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여자배구스타들이 상습적인 가해자였다는 학교폭력 이후 근본적인 스포츠인권 개선 요구 여론이 거센 와중에 대한체육회는 학교폭력 가해자 사회 재진입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사진=MK스포츠DB
여자배구스타들이 상습적인 가해자였다는 학교폭력 이후 근본적인 스포츠인권 개선 요구 여론이 거센 와중에 대한체육회는 학교폭력 가해자 사회 재진입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사진=MK스포츠DB
대한체육회가 화물차량 기사 폭행 사건으로 11년 전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을 16일 최종 거부한 것도 마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당선자 의견을 직접 청취할 예정이었다가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스포츠 인권 문제에 대한 특단의 노력”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주문하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및 체육계 복귀 제한 강화를 위해 교육부와 연계하여 학교 운동부 선수도 지도자, 단체 임직원 등과 함께 스포츠윤리센터가 구축하는 징계정보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할 방침이다.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 후에는 학생 선수도 폭력 등 스포츠인권유린 행위로 징계를 받으면 통합관리시스템에 이력이 남는다. 문체부, 교육부 공조를 통해 ‘징계를 받았다는데 막상 가해자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없는’ 상황 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징계정보 시스템에서 발급하는 증명서는 대학교 실업팀 선수 선발, 국가대표팀 구성뿐 아니라 지도자 취업과 체육단체 임직원 채용 과정에도 제출이 의무화된다.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및 체육계 복귀 제한 강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스포츠인권 보호 체계 강화를 위한 ‘최숙현법’이 19일부터 시행되는 상황에서 학교 운동부 폭력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자 대한체육회에 공식 입장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학교폭력 가해자 사회 재진입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이었다.

대한체육회가 언급한 학교폭력 가해자 사회 재진입 프로그램은 재범방지 교육, 사회봉사 명령 등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내용이다.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강력한 처벌을 이미 천명했다”고 해명해봐야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유명 여자배구선수들이 학창 시절 상습적인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을 시작으로 폭로가 잇따르고 대통령, 정부, 집권 여당까지 나서는 등 이번에야말로 스포츠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선수나 단체장 당선자 등 폭력 가해자를 챙기려는 대한체육회가 변하지 않는 한 현장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chanyu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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