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처럼 일어났던 김보미, 우승으로 찬란하게 장식한 ‘은퇴 경기’ [현장스케치]

매경닷컴 MK스포츠(용인) 안준철 기자

“이제 농구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농구를 당분간 보지 않을 것 같다.”

불과 몇십분 전까지 코트에서 가장 열심히, 많이 뛰던 선수의 멘트였다. 용인 삼성생명의 맏언니 김보미(35)였다. 김보미에게 은퇴경기가 돼 버린 2020-21 챔피언결정전 5차전, 삼성생명은 승리했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보미는 중심에 서 있었다.

삼성생명은 15일 오후 7시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74-57로 승리하며 창단 6번째이자 15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경기에서 삼성생명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생명 김보미가 림 그물을 자르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용인)=천정환 기자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경기에서 삼성생명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생명 김보미가 림 그물을 자르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용인)=천정환 기자
경기 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김한별의 몫이었지만, 베테랑 김보미의 몸을 아끼지 않은 헌신적인 플레이는 선수들에게 모범이 됐다. 3점 슛 2개 포함 12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한 김보미는 주관방송사가 선정하는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 경기별 MVP ‘Liiv M FLEX’(리브모바일 플렉스)에 선정됐다. 김보미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5경기 출전, 평균 12.0득점 4.6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우승을 향한 열망이 강했던 김보미다. 2005년 프로에 입문한 김보미는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금호생명(KDB생명), KEB하나은행, KB스타즈를 거쳐 2018년 삼성생명에 둥지를 틀었다. 오랜 연차 속에서도 우승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생명과 1년 재계약한 김보미는 선수 생활을 연장할 생각이 없었다. 은퇴하기 전에 우승을 맛보고 싶은 꿈은 말그대로 꿈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이 됐다. 이날 포함 매경기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했다. 이날은 4쿼터 슛을 성공시키고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윤예빈의 손을 잡고 겨우 일어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김보미보다 더 빠르고, 많이 움직이는 선수는 없었다. 삼성생명 선수들도 맏언니의 투혼에 깨어났다. 그렇게 김보미는 바라던 대로 은퇴경기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경기 후 김보미는 “아직 우승이 와닿지 않는다. 좋은 경기를 같이 한 KB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KB는 시즌 때에는 무섭게 느껴졌는데, 저희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과를 얻어 기분이 좋다”며 “KB나 우리나 모두 힘들었던 경기였다. 저도 너무 힘들었다. 코트에 누워있던 순간은 힘들어서 그랬지만, 우리나 KB 모두 끝까지 뛰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만 보면 김보미는 몇 년 더 뛰어도 통할 기량이다. 하지만 김보미는 “사무국장님하고도 ‘안녕’이라고 인사했다. 농구에 진절머리가 났다. 당분간 농구를 보지 않을 것이다. 저는 은퇴를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아름답게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영광의 순간은 지금이다. 지금까지 두 번의 우승을 거뒀는데 주전으로 뛰어서 우승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리즈는 이번이다. 좋은 감독님, 코칭스태프를 만났고 팀원들도 좋았다. 마지막을 찬란하다고 표현할 만큼 마무리 잘 하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밝혔다.

후배들에게는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했다. 김보미는 “마지막 길을 찬란하게 해줘 너무 고맙다. 지금까지 제가 선배로서 해준 것이 없다.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 해줄 말이라고는 앞으로 농구 인생이 길텐데 일희일비하지 말고 부상 없이 농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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