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10년 전 쯤 이야기다. SK(현 SSG) 2군 인스트럭터로 온 다카하시 인스트럭터는 한 선수에게 흠뻑 빠졌다. 보는 사람들에게 모두 그 선수를 자랑했다.
"대단한 체력을 지닌 선수다. 파워가 있고 컨택트 능력도 갖고 있다.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 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매일 한다"고 털어놓았다.
당연히 다카하시 인스트럭터의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일 지도자들을 모두 사로잡았던 정진기가 NC서는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까. 사진=NC 다이노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취임한 뒤 스프링 캠프가 끝난 뒤 있었던 일이다. 힐만 감독은 각 부문 코치들에게 성과가 좋았던 선수의 이름을 물었다.
각자 답이 달랐다. 그러자 힐만 감독이 결론을 내렸다.
"내 생각엔 이 선수가 최고다. 지금 당장 주전으로 쓰고 싶은 선수다. 반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힐만 감독도 얼마 가지 않아 그 선수를 포기해야 했다. 기대만큼 실력으로 보여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그 선수를 추천할 수 없었다.
그 선수의 이름은 바로 정진기(29.NC)다.
정진기는 일본 야구에 정통한 전문가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지장도 모두 반할 만한 실력을 지닌 선수였(?)다.
하지만 두 지도자 모두 정진기가 1군에서 성공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정진기는 매번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인스터럭터와 힐만 감독만의 평가가 아니었다. 정진기는 입단 이후 그를 맡게 된 모든 감독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정진기는 반드시 키워 보겠다고 마음 먹은 감독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진기는 그런 절호의 기회마저 제대로 잡지 못했다. 마지막 그 고비 하나를 넘지 못해 계속 2군 생활을 해야 했다.
2011년 입단한 정진기가 10년간 1군에서 뛴 경기 수는 고작 276경기 뿐이었다. 2018년의 96경기가 최다 출장 기록이다.
최고 타율 역시 그 해 세운 0.244가 고작이다.
한.미.일을 통털어 모든 지도자들로 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은 선수였지만 그의 자리는 2군에서의 시간이 훨씬 길었다.
1군에서 쓰고자 하는 지도자들이 정말 많았지만 1군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걸 증명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런 정진기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정현과 함게 NC로 트레이드가 된 것이다. 2군에서 뛰던 정진기를 눈 여겨봣던 NC의 부름을 받았다.
SSG에선 더 이상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NC는 다르다. 투자를 한 만큼 성과를 보려 할 것이다. 제한적이겠지만 정진기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도 1군의 벽을 넘지 못하면 보통의 무명 선수들과 같이 조용히 잊혀지게 될런지도 모른다.
한.미.일 지도자들을 사로잡았던 그의 재능은 그대로 사장될지도 모른다.
정진기는 자신에게 찾아 온 또 한 번의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찬스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갖는 지도자가 나오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정진기는 과연 이번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냥 이대로 사라지기엔 그가 지닌 재능이 너무 아깝다.
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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