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선발로 나선 고영표(31·kt)는 지난 미국과의 예선전보다는 모든 구위가 좋지 않았다.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정도, 슬라이더의 꺾이는 맛이 덜했고, 직구 스피드도 덜 나왔다. 그럼에도 5이닝 2실점이라는 좋은 투구를 펼쳤다. 2실점을 했기에 타자들이 2-2로 동점을 만들 수 있었고, 팽팽한 경기 흐름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어 나온 차우찬(34·LG)과 조상우(27·키움)도 완벽했다. 하지만 고우석(23·LG)은 몹시 불안했다. 지난 경기 등판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투구하는 게 불안했다. 변화구는 제구가 안되니, 결국 힘으로 윽박지르려 했는데, 그 공 하나가 만루 상황에서 싹쓸이 2루타가 됐다.
"2020 도쿄 올림픽" 대한민국과 일본의 야구 준결승 경기가 4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2-5로 패했다. 8회 1사 1루에서 고우석이 일본 곤도 겐스케의 1루수 앞 땅볼을 송구 받아 베이스를 밟았지만 발이 떨어져 세이프 됐다. 베이스에 앉아 허탈한 웃음을 짓는 고우석. 사진(일본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이는 앞서 나온 조상우와 비교하면 더 아쉬움이 남는다. 조상우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하고 있다. 조상우는 빠른 공을 앞세우면서 슬라이더, 스플리터까지 구사했다. 하지만 고우석은 힘에 의존하는 투구 위주다. 우리 타자들도 이제 150km 강속구를 못 치는 게 아니다. 이제 변화구 제구력이라던지, 완급 조절이라던지 고우석 자신이 깨달아야 한다.
사실 2사 후 1, 2루에서 일본 9번타자 가이 타구야에게 볼넷을 내줬을 때 경기 흐름은 일본 쪽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고우석이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직구와 슬라이더 밖에 없는데, 제구는 좋지 않다. 비단 국제대회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더 위력적인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보완할 부분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선발로 등판한 고영표만 봐도 135km를 던지면서 상대 타자들을 잘 요리하지 않았나.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한다.
일본 투수들은 한국 투수들보다 위력적이라고 봤다. 기본적으로 150km를 던지고, 스플리터나 포크볼 등 낙차 큰 변화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들이었다. 아쉬운 부분은 1회다.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초반에 흔들릴 때 확실히 1점을 뽑았다면 경기 흐름이 한국 쪽으로 유리하게 전개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야마모토가 좋은 투수이긴 해도, 과거 일본을 대표했던 에이스들과 비교하면 위력적이진 않았다. 한국 타자들이 충분히 맞힐 수 있는 공이었다. 1사 2, 3루 찬스에 여운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