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서희원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구준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지난 1월 29일 KBS2 예능 ‘셀럽병사의 비밀’ 측이 공개한 선공개 영상에는 비가 내리는 날에도 아내의 묘소를 찾은 구준엽의 모습이 담겼다. 간이 의자에 앉아 묘비를 바라보는 그의 곁에는,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은 일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묘비에는 ‘Remember, Together, Forever 영원히 사랑해 – 준준’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두 사람이 결혼을 발표한 뒤 함께 새긴 커플 타투 문구이기도 하다. 말 대신 남겨진 문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사랑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날 현장을 전한 MC 장도연은 제작진과 구준엽이 나눈 짧은 대화를 공개했다. “비가 와서 오늘은 안 오실 줄 알았다”는 말에 구준엽은 “와야죠. 희원이는 저보다 훨씬 더 힘들게 누워 있는데요”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말을 전하던 장도연 역시 끝내 눈물을 보였다.
구준엽은 질문을 받는 내내 말을 잇지 못했고, 대부분의 질문에 눈물로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는 무너진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했지만, 그날만큼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구준엽이 아내를 위해 준비한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는 서희원의 생전 모습을 매일같이 그려왔고, 그 그림을 바탕으로 직접 조각상을 설계·제작해 1주기에 맞춰 완성했다. 매일의 그리움이 결국 ‘동상’이라는 형태로 남겨진 셈이다.
서희원의 동생 서희제는 앞서 “매형은 매일 언니가 묻힌 곳에 가서 밥을 먹고, 집에서는 언니의 초상화를 그린다”며 “집 안이 언니의 그림으로 가득하다”고 전한 바 있다. 언젠가 그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1998년 처음 만나 사랑을 시작했고, 20여 년 만에 다시 부부가 됐지만 함께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그럼에도 구준엽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오늘도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1년은 시간의 단위지만, 구준엽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약속이다. 비바람 속에서도, 그 사랑은 여전히 ‘함께’였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