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들의 목표는 각자 다르다. 누군가는 미래를 기약하고, 누군가는 당장의 오늘을 살기 위해 싸우며, 말그대로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데 집중하는 선수들도 있다.
가장 마지막 경우는 어찌보면 캠프에서 가장 행복한 선수라 할 수 있다.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합류한 외야수 이정후는 이런 경우에 속한다.
밥 멜빈 감독은 캠프 첫 날부터 꾸준히 이정후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일찌감치 1번 중견수로 그를 지목했고, “지금 시범경기 성적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고, 건강하게 상대 투수들을 알아가고 동료들을 알아갔으면 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 그의 성적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시범경기 성적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정후가 스피드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하면서도 “너무 부담은 주기싫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정후도 감독의 이같은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선수 입장에서는 더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며 감독의 배려에 감사를 드러냈다.
이어 “지금은 잘하고 못하고도 중요하지만, 적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경기에 뛸 때 제가 해야 할 것만 생각할 것”이라며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말했다.
첫 시범경기 3타수 1안타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른 그이지만, 이정후는 크게 들뜨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잘하면 좋겠지만, 못칠 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야구는 못칠 때가 더 많다. 그리고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이기에 못치는 상황이 더 많은 수도 있을 것”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이어 “지금은 성적보다는 정말로 내가 적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돌려보고, 많이 아웃도 돼보고 안타도 많이 쳐보고 싶다”며 시범경기에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남은 캠프 기간 이정후가 적응해야할 것들은 여러가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빠른 구속의 변화구에도 적응해야한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볼 것이니 와서 느껴보라’는 김하성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수비도 적응이 필요하다. 이정후는 “외야수로서 시야는 괜찮지만, 너무 밝은 느낌이 있다. 하늘도 높게 떠있는 느김이다. 한국에서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왔을 때도 그 부분이 힘들었다. 공이 높게 뜨는 상황이 되면 거리 감각이 한국보다는 힘들게 느껴진다”며 외야 수비에서 차이점에 대해 말했다.
결국은 그가 이겨내야 할 문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경기가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캠프는) 경기도 많고 그러다 보니 다 내가 적응해야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적응 의지를 드러냈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