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24·KRC 헹크)가 손흥민을 향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오현규는 10월 12일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진행된 한국 축구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섰다.
대표팀은 10일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11일 하루 휴식을 취했다. 대표팀은 12일 오후 다시 모여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파라과이전 준비에 돌입했다.
오현규는 브라질전에서 0-4로 뒤진 후반 18분 손흥민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오현규는 왕성한 활동량과 날렵한 움직임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지만, 브라질 쪽으로 기운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이날 브라질에 0-5로 대패했다.
오현규는 “브라질은 모든 선수가 느꼈듯이 아주 좋은 팀이었다”며 “솔직히 많이 버거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브라질전에서 많은 걸 배웠다. 월드컵에선 브라질처럼 강한 팀을 상대할 거다. 그런 팀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게 된 기회”라고 했다.
오현규는 A매치 22경기에서 5골을 기록 중이다. 오현규가 세계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브라질과의 경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현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예비 선수로 참가해 16강전 브라질과의 맞대결엔 나서지 못했었다.
오현규는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부딪혀보는 건 완전히 다르다”며 “개인적으론 더 강한 상대하고 경기할 때 더 재밌고,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교체 투입됐을 땐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도 브라질이란 팀과 붙어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이 경험을 잘 살려서 다음번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했다.
오현규는 브라질 전방을 책임졌던 호드리구,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을 보며 많은 걸 느끼기도 했다. 호드리구, 비니시우스는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흡을 맞추는 공격수이기도 하다.
오현규는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공격이 아주 강한 팀”이라며 “전방에 뛰어난 선수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보셨겠지만, 호드리구나 비니시우스와 같은 선수는 레벨이 다르다. 그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유심히 봤다. 상대가 수비에 힘을 실었을 땐 어떻게 공략하는지도 배웠다”고 했다.
오현규는 스트라이커다. 홍명보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활용 중이다. 오현규가 대표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려면, 경쟁자인 손흥민을 넘어서야 한다.
오현규는 “내가 감히 (손)흥민이 형과 경쟁을 벌일 수 있을까 싶다”며 웃은 뒤 “흥민이 형을 보면서 배우는 게 아주 많다”고 말했다.
오현규는 이어 “흥민이 형은 스트라이커나 윙어나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흥민이 형은 직선적이고 공간 활용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흥민이 형은 공을 가졌을 때 밀고 들어가는 힘도 보여준다. 흥민이 형과 함께 뛰면 상대 수비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다. 흥민이 형은 대한민국의 캡틴 아닌가. 경쟁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오현규는 덧붙여 손흥민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전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A매치 기간마다 흥민이 형을 보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 흥민이 형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내겐 큰 영광이다. 흥민이 형과 더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 흥민이 형이 오래오래 함께해줬으면 좋겠다.”
오현규는 이 자리에서 올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이적 무산 후 힘들었던 시간을 고백하기도 했다.
오현규는 “솔직히 힘들었다”며 “9월 미국에서 A매치 일정을 소화하고 벨기에로 돌아왔는데 현타(현실자각의 시간)가 왔다”고 전했다.
오현규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적을 결심하고 모든 과정이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집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적이 무산되고 미국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여러 짐이 쌓여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꿈인가 싶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저앉을 순 없었다. 나는 목표가 분명하다. 차분히 준비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집이 굉장히 깔끔하다(웃음). 다시 열심히 해보겠다.”
한국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를 벌인다.
파라과이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팀이다. 파라과이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는 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오현규는 “파라과이는 아주 터프하고 조직적으로 단단한 팀”이라며 “개인 기량도 뛰어나기에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파라과이전에선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양=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