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예고된 참사'였는지도 모른다. 트레이너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 선발 등판, 2 1/3이닝 8피안타 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의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 28개 커터 17개 커브 13개 체인지업 11개를 던졌다. 최고 구속 91.5마일이 나왔지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9.7마일로 시즌 평균(89.9마일)보다 느렸다.
이날 류현진의 부진은 예견된 결과였다. 사진(美 볼티모어)=ⓒAFPBBNews = News1
69개의 투구중 상대 타자들은 25번의 스윙을 했고, 이중 헛스윙은 3개였다. 11개의 인플레이 타구가 나왔는데 이중 8개가 발사 속도 95마일 이상의 강한 타구, 2개는 정타였다. 투구 내용 분석 자체가 민망한 수준의 등판이었다. 패스트볼부터 체인지업, 커터까지 모든 구종이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백도어 커터로 간신히 삼진 아웃 몇 개를 잡으며 버텼다. 3회 모습은 흡사 그로기 상태의 복서 같았다. 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결국 1사 만루에서 2루타를 얻어맞으며 피해만 키웠다.
예상됐던 부진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뉴욕 양키스와 원정경기에서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전력 투구를 했다. 여기에 이전에 사용하지 않던 슬라이더까지 사용했고, 팔에 무리가 와 80구만에 투구를 멈췄다.
다친 것은 아니지만,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투구를 마쳤다. 그럼에도 토론토 벤치는 그를 4일 휴식 이후 그것도 낮경기에 마운드에 올렸다. 그렇지않아도 최근 기복이 심했던 그다. 결국 부진은 선수의 책임이지만, 선수가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는지는 의문이다.
조금 더 추가 휴식을 주던가 차라리 과감하게 한 차례 등판을 건너뛰는 방법도 고려를 했어야했다. 4년 8000만 달러짜리 비싼 선수를 영입하면서 이전 팀에서 작성한 사용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모습이다.
와일드카드 자리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로테이션 운영이 결국 독이 된 모습이다. 선수도 팀도 모두 웃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