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채은성(32)는 올 시즌 포지션을 변경한다. 정든 우익수 자리를 떠나 1루수로 자리가 바뀌게 된다.
얼핏 좀 더 어려운 자리로 바뀌는 듯한 느낌을 준다. 1루수가 그리 편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파워형 좌타자들이 늘어나며 1루쪽으로 강한 타구들이 많이 온다. 채은성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LG 채은성이 새 포지션인 1루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이천=천정환 MK스포츠 기자
빠르게 오는 공만 잘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각종 콜 플레이, 커버 범위 등 내야수로서 호흡을 맞추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채은성은 그다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준비 기간이 길었고 팀에서 기대를 하는 것도 수비 쪽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역발상으로 부담을 줄이고 있다.
채은성이 1루수를 준비한 것은 지난 해 중반 부터였다. 팀이 1루수로서 자신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블 포지션을 준비했다. 이미 1루수로서 첫 발을 떼 놓은 상황이었다.
물론 펑고 위주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콜 플레이 등은 따로 다시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채은성은 큰 무리 없이 1루수 포지션에 적응하고 있다.
외야수에서 내야수로 포지션이 바뀌면 타격 능력에 좀 더 도움이 된다는 이론도 있다.
이종범 LG 2군 감독은 현역 시절 내야수가 외야수보다 타격하는데 더 힘이 된다는 이론을 갖고 있었다.
이 감독은 "내야수는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어선 안된다. 수비 할 때는 물론이고 공격할 때도 마음 가짐 자체가 외야수와 다르다. 수비에선 언제든 공이 날라올 수 있기 때문에 집중을 해야 한다. 경기의 흐름도 읽어야 하고 상황에 맞춘 수비도 해야 한다. 그렇게 생긴 집중력이 공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경기 상황에 맞춘 배팅을 할 수 있게 된다. 외야수 보다 내야수를 하는 것이 공격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었다.
아직 채은성의 공격력에도 수비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경험한 바 있는 이종범 2군 감독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새겨 들어 볼 필요는 있다.
채은성에게 내야 수비가 공격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꽉 들어찬 외야진 상황에서 채은성의 자리는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1루 포지션 변경이다. LG는 부디 공격력에 지장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채은성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최대한 수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채은성은 "수비 때문에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내게 특급 1루 수비를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비는 민폐만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부분은 공격력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좀 더 향상된 공격력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면 된다고 믿는다. 좋은 타자로서 중심 타선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채은성의 응집력 있는 타격이 반드시 필요하다. 테이블 세터인 박해민을 영입하기는 했지만 누군가 불러 들여야 점수가 되는 것이 야구다. 루이즈의 타격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김현수 채은성 등 토종 해결사들의 능력은 절실하게 필요하다.
채은성은 "타격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상대 투수의 타이밍에 따라 A형과 B형의 타격폼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 왼 발로 타이밍을 잡는 방법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새 폼에 적응하고 있다. 연습 경기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은성은 지난 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타율은 0.276이었고 16홈런 82타점으로 20홈런 100타점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여기에 새 포지션이라는 부담스러운 숙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채은성은 숙제라 생각하지 않고 있다. 1루 수비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 공격에 집중하고 있는 채은성이 좀 더 든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새로운 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채은성이다. 1루 전향 후 공격력까지 살아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지금의 준비 상태라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