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포츠, 우크라 침공으로 국제무대 ‘왕따’ [이종세 칼럼]

국제유도연맹, 푸틴의 명예회장 자격 정지 조치
폴란드 스웨덴, 러시아와의 월드컵 예선 보이콧
포뮬러1·체조, 러시아대회 취소 또는 장소 변경
선수들 국기 국가 사용못하는 올림픽이어 이중고
13년 전인 2009년 5월 필자는 ‘2009 모스크바 그랜드슬램 유도대회’에 한국선수단을 인솔, 난생처음 러시아 모스크바에 갔었다. 당시 대한유도회 부회장으로 단장 자격이었는데 러시아는 공항 입국 절차부터 까다로웠다. 조그마한 손가방까지 모두 뒤지는 까다로움은 그렇다 하더라도 공항 직원들의 무뚝뚝한 표정은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공항 직원들을 왜 그리 닮았는지 사회주의 국가들의 ‘한계’를 보는듯했다. 몇 시간의 입국 절차를 마치고 선수단과 함께 지정호텔에 갔으나 그곳 직원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선수들과 함께 연습장으로 가 모두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 연습장은 다목적체육관으로 유도 외에 삼보, 레슬링, 복싱 등 격투기 종목 스포츠와 육체미를 다듬는 훈련장도 있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체육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도를 수련하는 곳으로 벽면에 푸틴의 대형 사진이 걸려있었다. 안내원에 따르면 “푸틴은 요즘도 가끔 나와 유도 수련을 한다”고 들려주었다. 어릴 때부터 유도를 배운 푸틴은 “불량소년이던 시절, 유도를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할 만큼 유도 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도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으며, 2008년에는 유도 교본을 펴내기도 했다. 푸틴이 펴낸 유도 교본은 국내에 '푸틴 대통령과 함께 유도'라는 제목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푸틴은 러시아유도협회로부터 유도 6단을 공인받았으며 2001년 방한했을 때 대한유도회로부터 명예 7단을 받았다. 유도가 교기(校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용인대는 2007년 이학 이사장이 푸틴에게 유도학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푸틴은 이어 2008년 국제유도연맹(IJF·총재 마리우스 비저)의 명예회장 및 명예대사로 위촉됐으며, 2012년에는 명예 8단으로 승단했다. 격투기 애호가인 푸틴은 러시아 씨름인 삼보도 즐겼다고 한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27일(한국시간) 수천 명이 모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중단하라”고 시위했다. 사진=AFPBBNews=News1
용인대, 2007년 푸틴에게 유도학 ‘명예박사’ 수여 그런데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내외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IJF는 27일(현지시각) 푸틴의 IJF 명예회장 자격을 정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IJF는 오는 5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2 카잔 그랜드슬램 유도대회’를 취소했다. IJF는 ‘유도는 평화를 원한다’는 성명을 내고 “최근 국제 상황에 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우리는 평화와 우정, 단합의 가치를 위해 강하게 단결해야 한다. IJF는 현재의 불안한 상황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누리꾼들이 온라인을 통해 “용인대가 푸틴에게 준 명예박사학위를 취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도가 인기 종목인 일본에서도 아사히신문은 27일 푸틴이 2003년 일본을 방문, 호소카와 수상, 일본 유도 영웅 야마시타 야스히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곁들여 대서특필하며 푸틴의 최근 행보에 관심을 보였다.



이 밖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국제스포츠계로부터 사면초가의 ‘왕따’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인접국 폴란드는 다음 달 예정된 러시아와의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이콧했다. 스웨덴 축구협회도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러시아와 맞붙을 경우, 경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코 역시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침략 속에 축구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로 변경했다. 오는 9월 러시아 소치에서 예정된 포뮬러1(F1) 월드 챔피언십 러시아 그랑프리도 취소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폐막(3월 13일) 일주일 뒤까지 휴전하겠다고 한 결의를 러시아 정부가 위반했다”고 규탄한 뒤 “국제체조연맹(FIG)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계획된 월드컵 체조대회를 취소하라”고 촉구, FIG가 이를 수용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역시 26일까지만 해도 “스포츠는 항상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며 오는 6~7월 사이 러시아에서 치르기로 한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를 다른 나라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러시아 기업, 영국 등 프로축구팀 후원 못할판
러시아에서 예정된 각종 스포츠 대회의 취소 또는 장소 변경 추진을 넘어 러시아 기업의 후원을 받아온 영국, 독일 등 서방국가 구단들도 속속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러시아 항공사와의 후원 계약을 취소할 계획이며 독일 프로축구 명문 샬케04는 16년 동안 메인스폰서였던 러시아 석유회사 가즈프롬 로고를 유니폼에서 떼어낼 예정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첼시를 명문구단으로 끌어올린 러시아 출신의 ‘푸틴 측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구단 운영 권한을 포기하는 등 국제스포츠계에서 러시아인들의 입지도 급격히 좁아졌다. 러시아인들도 반대하는 전쟁으로 러시아는 국제스포츠계에서도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9월 국가 주도로 도핑검사를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020년 12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2년 동안 올림픽·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은 국기나 국명, 국가를 사용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이름 아래 러시아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개인 신분으로 참가했다. 정상궤도를 벗어난 러시아 정부의 잘못된 행태로 국가 망신과 함께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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