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포르투갈 선수, 울린 한국 사령탑으로 조국과 격돌

운명이다.

대한민국 축구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이 조국 포르투갈을 상대로 월드컵 본선에서 자웅을 가리게 됐다. 한국과 포르투갈 축구의 얽히고설킨 인연의 중심에 벤투 감독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2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국립 컨벤션센터에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을 진행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32개의 국가가 4개 팀 8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상위 1, 2위 팀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추첨식에 참석한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카타르 도하)=AFPBBNews=News1
이날 추첨식에서 한국은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함께 H조에 묶이게 됐다. 포르투갈이 가장 눈에 띄는 상대다. 세계 축구의 강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베르나르두 실바, 후벵 디아스, 주앙 칸셀루 등 스타 선수들도 즐비하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의 조국이라는 점에서 카타르월드컵 본선의 또 다른 볼거리와 이슈를 제공하게 됐다. 또 20년 전 202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울렸던 과거까지 소환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선수 생활 대부분을 조국 포르투갈에서 보냈다. 벤피카, 비토리아, 스포르팅에서 활약했고 포르투갈 대표팀으로도 35경기를 뛰었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아 한국과 조별리그 경기에 뛰었다. 당시 한국은 박지성의 결승골로 포르투갈을 잡고 16강에 진출했고,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후보로 꼽힌 포르투갈은 충격적인 예선 탈락해 쓸쓸히 짐을 싸,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에 빠진 동료들을 위로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은퇴 후에는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기도 했다. 10년 전인 2012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본선으로 이끈 뒤 4강에 오르게 하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다만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 탈락, 유로 2016에서의 부진 등으로 사임했다.

한국을 맡아서는 ‘빌드업 축구’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초기에는 비판을 많이 받았던 벤투 감독이다. 이젠 20년 만에 한국에 설욕을 노리는 포르투갈을 맞아 전략을 구축하는 입장에 놓였다. 얄궂은 운명이지만, 축구팬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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