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타자 정후에게 쉬운 공을 던진 게 아니었나…" 100SV 달성, 고우석이 전한 이야기
최초입력 2022.06.18 06:00:01
최종수정 2022.06.18 09:53:58
"국내 최고의 타자에게 너무 쉬운 공을 던진 게 아니었나(웃음)."
LG 트윈스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 고우석(24)은 17일 의미 있는 기록을 썼다. 바로 KBO리그 역대 19번째이자 LG 소속 3번째(1991 김용수, 2015 봉중근) 통산 100세이브 달성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물론 100세이브 달성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상대는 2위 키움 히어로즈. 야시엘 푸이그가 허리 통증으로 빠졌다고 하지만 공수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보이고 있는 팀이다. 10회 초 김현수의 스리런포가 터지면서 LG가 4-1 리드를 잡았다. 10회 말 LG는 당연히 마무리 고우석을 올렸다.
LG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고우석. 사진(서울 고척)=이정원 기자
그런데 선두타자 김준완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송성문과 이정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전병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1실점을 허용했지만 김웅빈을 땅볼로 처리하며 2아웃을 만들었다. 그런데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박준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고우석은 고우석이다. 위기에서 더욱 빛났다. 김재현에게 155km 빠른 직구를 던지며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100세이브를 달성했고, 올 시즌 18세이브로 KIA 타이거즈 정해영과 세이브 공동 1위에 올랐다.
경기 후 만난 고우석은 "이상한 것까지 다 신경이 쓰이더라. 100세이브는 생각 하나도 안 났다. 변화구도 잘 안됐고, 무엇보다 첫 타자 볼넷을 내준 게 가장 아쉬웠다 그다음 일들은 야구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무사 만루가 됐을 때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상대에게 타이밍만 주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한 방 맞으면 역전이었다. 다행히 잘 통했다"라고 말했다.
이정후와의 승부도 되돌아봤다. 고우석은 빠른 볼이 아닌 변화구(커브)로 이정후를 상대했지만, 이정후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중견수 방면 안타로 연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내 생각대로 잘 던졌던 것 같다. 그런데 정후랑 승부할 때는 국내 최고의 타자에게 너무 쉽게 던져준 게 아닌가. 너무 오만했다. 다음에는 잡겠다"라고 웃었다.
말을 이어간 고우석은 "두 가지가 아쉬웠다. 확실하게 유인구를 던지지 못한 것, 그전에 던진 공이 의미 없이 빠진 것, 또 하나 말하자면 너무 뻔한 타이밍이었다는 것. 이 세 가지가 아쉬웠다"라고 덧붙였다.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이날은 고우석에게 의미 있는 날이다. KBO 역사에서 단 18명만이 가지고 있는 100세이브 라인에 고우석도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는 "깔끔하게 막았다면 거창하게 했을 텐데 이번 경기는 나에게 경각심을 주는 경기였다. 기록을 생각하는 게 아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건강하게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웃었다.
올 시즌 아직 블론세이브가 없다. 이날도 1실점을 하긴 했지만 동점 내지 역전은 내주지 않았다. 처음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은 2019년부터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고우석이다.
200세이브, 300세이브를 달성하는 그날까지.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고우석은 "만약 그전 제구력도 안 되는 나였다면 가운데만 보고 던졌을 것이고, 그러면 경기가 벌어졌을 것이다. 배짱만 가지고 하면 안 된다"라며 "경기를 거듭하면서 안 좋은 컨디션에서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노하우가 생겼다. 어떤 상황에서도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100세이브 달성까지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통산 첫 번째, 두 번째 세이브 달성 순간을 뽑았다. 고우석은 2019년 4월 21일 키움 전에서 첫 세이브를 기록했고, 이후 일주일 뒤인 4월 28일 삼성 전에서 두 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고우석은 "첫 세이브 기회 때는 '기회가 왔다. 드디어 왔다'라는 마음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졌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삼성을 만났다. 1점 차 승부였는데, 마지막에 변화구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로 넣으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때 맞았다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가운데에 던진 손의 감각이 아직도 있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끝으로 고우석은 "한 가지만 너무 파고드는 투수보다는 여러 가지 구종을 잘 던지고 싶다. 물론 장점은 패스트볼이지만, 패스트볼 장점도 잊지 않고 다른 구종도 잘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