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라 더 낯선 10연패다. 전통의 ‘위너 팀’ 삼성이 어쩌다 창단 이후 최다 연패 불명예까지 걱정하게 됐을까.
2010년대 중반까진, 이 시기 줄곧 50승을 선점해왔던 삼성이 전반기 막바지 35승(49패)으로 승률 0.417에 머물러 있다. 승패 마진은 –14. 5위 KIA 타이거즈와 승차가 8.5경기까지 벌어져 자력 가을야구 진출은 사실상 요원해졌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삼성은 1982년 최강팀으로 구단 역사를 시작한 이후 10연패를 당한 사례가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창단 이후 최다인 11연패 위기에 몰렸다. 사진=김재현 기자
2004년 5월 5일 현대전부터 5월 18일 KIA전까지 11경기서 10연패(1무)를 당한 이후 18년 만의 최다 타이 연패 기록이다. 이러다 자칫하면 구단 연패 불명예 기록을 새롭게 쓸 위기에 몰렸다. 그만큼 최근 추락이 충격적이다. 삼성은 10연패 기간 무려 6번의 역전패를 당했는데, ‘끝판대장’ 오승환이 6일, 9일, 11일까지 3경기 연속 무너졌다.
연패 전 승률 0.474로 6위에 올라 5위 경쟁을 이어가던 순위가 순식간에 8위까지 곤두박질 쳤다. kt, NC, LG, SSG등 최근 분위기가 좋았던 팀들을 연달아 만나는 등 대진운이 좋지 않았던 영향도 있다.
그러나 삼성이 허무한 역전패로, 반대로 기가 막힌 역전승을 헌납하며 상대에게 기세를 실어준 감도 없지 않다.
역대 이 시기와 비교하면 더 낯선 삼성의 여름이다. 한때 ‘여름성’이라는 이름으로까지 불렸던 삼성은 초반 부침을 겪다가도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부쩍 힘을 냈다. 아직 여름은 많이 남았지만 50승을 자주 선점했던 이 시기쯤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삼성은 역대 최소 72경기~최대 95경기를 치르면서 총 14차례나 50승을 선점한 바 있다. 50승 선점은 정규시즌 우승 확률을 71%(31차례 중 22차례)까지 보장하는 보증수표나 다름 없는데 매 번 그 수표책을 삼성이 찢어왔던 것이다.
전통의 위너팀이자 지난해 승률 1위(타이브레이커로 최종 순위 2위)를 기록한 삼성의 올 시즌 추락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사진=김영구 기자
그런데 올해는 84경기서 35승에 그치고 있어 오히려 구단 역대 최저 승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의 역대 최저 승률 시즌은 2017년이었다. 당시 삼성은 55승 5무 84패로 승률 0.396에 그치며 9위에 그쳤다. 정규시즌 9위와 승률 4할 이하는 삼성 구단 역사상 2017년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이듬해인 2018년 6위(승률 0.486)로 다소 반등했던 삼성은 2019년 8위(승률 0.420)로 내려앉았다. 이후 2020년까지 8위(0.460)에 그치며 전통의 최강팀 명성에 금이 갔다.
그러나 지난해 현 허삼영 감독 체제 하에 1위에 해당하는 승률 0.563을 기록, kt와 타이브레이크 끝에 정규시즌 최종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아쉽게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놓쳤지만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줬던 삼성이다. 그런 삼성이 불과 한 시즌 만에 표류하는 모양새다.
내부 구성원들의 고통이 매우 클 상황이지만, 이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이들이 받을 상처는 더 크다. 삼성 팬들은 최근 삼성 본사와 삼성 라이온즈 파크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는 등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 소재까지 묻는 분위기다.
프로 구단의 비애는 결국, 아무리 좋은 구단 운영을 하더라도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점이다.
최근 부진했던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손목 통증으로 등판하지 못하는 13일, 삼성이 벼랑 끝에서 kt와 맞붙는다. 정말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승부. 허삼영 감독의 말대로 삼성을 구원할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