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안타 절반만 줄여도 야구가 달라진다” 롯데 투수 바꾸는 배영수 디테일 리더십[MK 인터뷰]

배영수 롯데 투수 코치는 며칠 전 마무리 캠프에 참가한 투수들은 전부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며칠간 밤잠을 줄여가며 뽑아놓은 데이터 이야기를 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나 카운트 별 결과 등 뻔한 데이터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만큼 새롭고 디테일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진욱이 연습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배 코치는 이 자리에서 최근 3년간 쌓인 데이터를 가지고 투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기만 한 것도 아닌 시기에 벌어졌던 롯데 투수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내부 기밀이라 다 밝히지는 않았지만 듣고 보면 무릎을 칠 수 있는 내용들이 대다수였다.

우선 번트 안타 허용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을 지적했다.

배 코치는 “우리 투수들이 지난 3년간 번트 안타를 60개나 내줬다. 어지간한 팀의 두 배 수준이었다. 번트 안타에는 투수들의 책임이 분명히 담겨 있다. 베이스 커버가 늦었거나 번트 타구 처리 자체가 미숙했다는 뜻이 된다. 이 숫자를 절반만 줄여도 팀 평균 자책점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상대가 우리를 만만하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발 투수들의 평균 소화 이닝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 선발들이 최근 3년간 소화한 평균 이닝은 5이닝이었다. 보통 5.1이닝~5.2이닝 정도를 기록하는 수치다.

배 코치는 “우리 선발들이 두 타자씩만 더 잡고 내려온다는 마인드로 투구한다면 불펜 과부하를 막을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길도 많이 생긴다. 한 경기서 두 타자씩만 더 잡으려는 노력을 하자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피안타도 하나씩만 줄여 보자고 주문했다.

최근 3년 기록으로 롯데 선발 투수들은 평균 9.36개의 안타를 맞았다. 이 갯수를 8.5대 안으로만 끌어내릴 수 있다면 역시 평균 자책점을 크게 끌어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경기서 한 개씩만 안타를 덜 맞자는 마음으로 접근해 보자고 했다.

경기의 스피드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배 코치가 발견한 부분이었다.

경기 시간이 3시간이 넘어가는 경기서 롯데의 평균 자책점은 5.9대까지 치솟았다. 3시간 정도 때는 4점대 평균 자책점, 3시간 미만 경기서는 3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3시간 안쪽 경기서는 롯데 투수들 대부분이 A급 이었다는 뜻이 된다.

투수들이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버릇을 줄이고 좀 더 공격적인 승부로 아웃 카운트를 빨리 늘려간다면 경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배 코치의 생각이다.

그렇게 경기 시간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평균 자책점도 내려갈 수 있다고 배 코치는 분석했다. 그렇게 1점씩 줄여가려는 노력들이 모여 시즌이 끝나면 커다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배 코치는 풀이했다.

수요일과 목요일 경기서 유독 부진했다는 점도 꺼내 들었다. 다른 요일은 대부분 4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5점대 후반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내내 그랬다. “뭔가 투수들의 준비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배 코치의 분석이었다.

배 코치는 “공을 빠르게 던지고 제구되는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우리가 공 던지는 것 외에 버릇이나 수비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그것 만으로도 평균 자책점을 끌어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공을 잘 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건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이 대단히 어렵지만 투구 템포를 빨리하고 수비에 신경 쓰는 것 등은 노력에 따라 금방 좋아질 수 있는 것들이다. 번트 안타를 절반으로만 줄여도 경기를 훨씬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수치들이 개선되면 좀 더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할 수 있게 되고 보다 자신감 있는 투구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수는 오로지 공만 던지는 기계가 아니다. 생각과 태도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공 던질 때 새로운 생각 한 가지만 추가해 던져도 전체적인 성적이 좋아질 수 있다. 공 던지는 훈련에도 집중하고 있지만 그 외에 생각을 바꾸는 것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접근해 새로운 방식으로 결과물을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리더십. 지금 배영수 코치가 롯데 투수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새로운 생각들이다.

배 코치의 이런 디테일한 접근이 롯데 투수들의 습관과 태도를 바꿔내며 인생이라는 결과물까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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