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니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한국도로공사의 베테랑 미들블로커 정대영(42)은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한국 나이로 43세, 그러나 코트 위에 서 있는 정대영을 보고 있으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여전한 실력과 투지로 도로공사 순위 싸움에 큰 힘을 더하고 있다.
정대영은 올 시즌 팀이 치른 2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167점, 속공 성공률 36.36%, 세트당 블로킹 0.728개를 기록 중이다.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은 블로킹이다. 정대영은 현재 GS칼텍스 한수지, 현대건설 양효진에 이어 블로킹 3위를 달리고 있다. 세트당 0.728개는 2005 V-리그 출범 시즌에 기록했던 0.762개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다. V-리그 초대 MVP 이자, 초대 블로퀸인 정대영은 18년이 지나 다시 한번 블로킹 여왕 자리를 노리고 있다. V-리그 여자부에서 블로킹 1,000개를 넘긴 선수는 단 둘 뿐이다. 1,420개를 기록 중인 양효진과 1,168개를 기록 중인 정대영이다.
24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전이 끝나고 만났던 정대영은 “공격 욕심은 많이 버렸다. 이 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김종민)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내가 좋은 방향으로 블로킹을 해줘야 팀이 더 힘을 낼 수 있다고 하신다. 그래서 많은 신경을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말을 이어간 그는 “블로킹을 많이 신경을 쓰니 점점 기록이 좋아지는 것 같다. 또 나이가 드니 보는 눈이 달라졌다. 순간적인 판단 능력이 빨라졌다”라고 미소 지었다.
현재 여자부 블로킹 순위는 엎치락뒤치락이 이어지고 있다. 한수지, 양효진, 정대영이 3위 안에 포진되어 있지만 팀 동료 배유나와 IBK기업은행 김수지도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만약 정대영이 이번 시즌에 블로킹 1위를 기록하면 2005시즌, 2007-08시즌에 이어 통산 세 번째다.
정대영은 “순위표를 가끔 보긴 하는데 잘 보지는 않는 편이다. 괜히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웃은 뒤 “내가 블로킹을 못 잡은 날이 있으면 다음에 더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뿐이다. 기록을 잘 찾아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24일 현대건설전에서도 정대영은 빛났다. 블로킹-서브 각 2개 포함 13점을 기록했다. 특히 2세트 0-0 양효진, 7-6에서 황민경의 공격을 블로킹했고 이후 11-9에서 황민경, 정지윤을 상대로 목적타 서브를 넣었는데 연속 서브 득점으로 연결됐다. 또 4세트 7-5에서 득점을 올렸는데 이 득점으로 V-리그 역대 3호 5,500점을 기록했다.
정대영은 “올 시즌 10점을 넘긴 적이 별로 없어서 다음 경기에 할 수 있을 거라 봤다. 기록을 깨서 좋다”라며 “최근에 (박)정아가 5,000점을 돌파했다. 지금 30대 초반이다. 나보다 더 창창하다고 생각한다. 30대 초반이기에 6,000점, 7,000점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끝으로 정대영은 “우리 팀에 중간 나이대의 선수들이 몇 없다. 그러다 보니 노련함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리 팀 젊은 선수들 모두 좋은 선수들이다. 2~3년이 지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 믿는다”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김천=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