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끝나고 얼리→통산 두 시즌 4G 출전…꿈같은 기회 잡은 22세 세터 “책임감 느낀 좋은 경험”

대한항공에선 신예급 세터가 경기 출전의 기회를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1985년생 동갑내기 듀오 한선수, 유광우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아니 여전히 V-리그에서 최고의 세터로 군림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홍익대 재학 중에 2021-22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3라운드 3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2년차 세터 정진혁(22)도 프로 데뷔 후엔 공식 경기에서 볼을 올리는 경험은 거의 해보지 못했다. 신인이었던 2021-22시즌 3경기 4세트에 나섰고, 2022-23시즌엔 단 1경기 2세트에 나선 게 전부였다. 2022 KOVO컵 대회에서 3경기에 나서 10세트를 소화한 게 더 많을 정도로 V-리그에선 한선수와 유광우라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틈바구니를 뚫기란 쉽지 않았다. 다가올 2023-24 V리그에서도 정진혁은 주로 코트 바깥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그랬던 정진혁에게 2023 아시아 남자 배구 클럽 선수권 대회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주전 세터인 한선수가 무릎 재활 차원에서 선수단과 동행하지만,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고 있다. 조별예선 3경기와 8강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산토리 선버즈전까지는 유광우가 주전으로 나서고, 정진혁은 백업 세터 역할을 맡아 준수한 토스워크를 선보였다.

사진=KOVO 제공

4강 진출이 이미 좌절되고 맞이한 19일(이하 현지시간) 몽골의 바양홍고르와의 8강 리그 마지막 경기. 정진혁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날 정진혁 외에도 이번 대회 주전으로 활약한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 대신 손현종을,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도 팀의 에이스인 정지석을 빼고 정한용과 이준을 투입했다. 이날 경기에 패해도 5~6위 진출전과 5~6위 결정전에서 이기면 최고 5위까지는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전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기 위한 배려였다.

정진혁은 백업 선수 위주로 치른 이날 경기에서 코트 좌우와 가운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다채로운 경기 운영을 펼쳐 보이며 대한항공의 세트 스코어 3-1(25-21, 22-25, 25-16, 25-19)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정진혁은 “경기를 이끄는 책임감 등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다. 만족스러운 경기”라고 입을 뗀 뒤 “하고 싶었던 플레이를 맘껏 할 수 있어서, 연습 때맞춰봤던 것을 실전에서 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V-리그에선 한선수나 유광우와 같은 대선배들에게 밀려 대부분 웜업존을 지키는 정진혁에게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정진혁은 “한 팀을 이끄는 세터로서 어떻게 경기ㅍ운영을 하는지를 공부한다”면서 “토스 자체는 개인 능력이기 때문에 연습 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두 선배들이 상대 블로킹 위치나 스위치 되는 것들, 경기 운영에 대해서도 평소에 조언을 많이 해 주신다”고 덧붙였다.

정진혁은 이날 풀타임으로 함께 뛴 아웃사이드 히터 이준, 정한용과는 홍익대 시절부터 함께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그는 “프로 입단 후에도 연습 때는 많이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실전에서 풀타임을 함께 소화한 것은 거의 처음이라 대학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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