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없다’는데 한국축구는 달라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20세이하팀 2회 연속 세계 4강 진입 성공
대표A팀은 평가전 첫승 신고도 못해 쩔쩔
축구협회가 ‘장기 발전 육성계획’ 세워야

우리 속담에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아우가 형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 바로 한국 남자축구다. 20세 이하 청소년팀은 세계 4강을 넘나드는데 A대표팀은 월드컵 16강 진출도 힘겨워한다.

김은중(44)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폐막한 2023년 제24회 FIFA 20세 이하 월드컵대회(아르헨티나)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이 2019년 제22회 대회(폴란드)에 이어 연속 4강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2021년의 제23회 인도네시아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

한국 선수들이 이스라엘과 2023 FIFA U-20 월드컵 3위 결정전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News1

반면 지난 20일 한국축구 A대표팀은 북중미의 약체 엘살바도르와의 홈경기(대전)에서 1대1로 비겨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이로써 지난 3월 부임한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은 국가대표 A매치에서 2무 2패를 기록하며 첫 승 신고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주니어는 잘하는데 시니어는 왜 잘못하는가. 이는 국가대표 선수 장기 육성프로그램의 수립, 시행 등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축구계가 중지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한국,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세계 4강 3번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 5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2019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이 2회 연속 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이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지난 1977년 창설된 U-20 월드컵에서 통산 세 번(1983, 2019, 2023년)이나 4강에 오르면서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대륙에선 아프리카의 가나(우승 1회, 준우승 2회), 나이지리아(준우승 2회)와 함께 큰 발자취를 남겼다.

세계 24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5월23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경기에서 F조의 한국은 유럽의 강호 프랑스를 이승원(22분)과 이영준(64분)의 득점으로 따돌린 뒤 26일 온두라스(2대2), 29일 감비아(0-0)와 비겨 1승 2무, 조 2위로 16강전에 진출했다.

이어 6월2일 에콰도르와의 16강전에서 이영준(11분) 배준호(19분) 최석현(48분)의 골로 3대2로 이겨 8강에 올랐으며 5일에는 나이지리아에 종료 직전 최석현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두어 준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9일 열린 4강전에서는 이승원의 득점에도 불구, 준우승팀 이탈리아에 1대2로 졌고, 12일 이스라엘과의 3, 4위전에서도 이승원이 전반 24분 동점골을 넣었으나 이후 2골을 더 허용, 1대3으로 졌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이 대회 4강에 세 번째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A대표팀, 역대 월드컵 8승9무21패 부진

이에 반해 연령제한이 없는 국가대표 A팀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멋모르고 나갔다가 헝가리에 0대9, 튀르키예에 0대7의 참패를 당했던 한국국가 A대표팀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10회 연속 본선에 출전하는 기록을 세웠으나 막상 본선에서는 세 번만 16강에 진출했다.

첫 번째는 안방대회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강팀을 꺾고 4강까지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두 번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허정무호가 1승1무1패로 16강전에 나갔다. 원정 월드컵 첫 16강을 일구어낸 것이다.

세 번째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으로 한국과 동률(1승1무1패)인 상황에서 같은 조의 우루과이가 가나를 2대0으로 잡아준 데 힘입어 골득실차로 16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우루과이가 3골 차로 가나에 이겼다면 우루과이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축구 A대표팀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11개 월드컵대회에서 38게임을 치러 8승 9무 21패를 기록했다. 승리보다는 패배가 3배 가까이 많았다. 세계 4강 반열을 넘나드는 20세 이하 대표팀과는 대조를 이루는 숫자다.

일본은 협회가 유망주 발굴 육성 도맡아

이처럼 A대표팀과 20세 이하 대표팀의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한국축구가 ‘국가대표 선수 장기 육성 프로그램’이 없이 정교하지 못한 즉흥 행정을 펴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 톱-10 대열에 합류한 이웃 일본의 경우 축구협회가 재벌급 기업의 후원 속에 등록선수를 연령대별로 관리하면서 유망주를 기량에 따라 축구의 본고장 유럽으로 내보내 육성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물론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의 군소 프로리그에도 많은 유망주를 내보내 기량을 연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손흥민, 김민재급 선수가 20여 명에 이르러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9위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선수 개개인이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유럽 진출을 위해 혼자 뛰며 해결하다 보니 일본에 비해 선수층이 엷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프로축구 구단 사장 출신인 한 축구 원로는 “우리도 손흥민, 김민재 수준의 월드클래스가 20명만 된다면 월드컵 4강도 바라볼 수 있다”며 “축구협회가 일본 시스템을 거울삼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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