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외야수 박영빈이 하루 만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지난 2020년 육성 선수로 NC에 입단한 우투좌타 박영빈은 그해 불의의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시즌 후 방출당했다. 그러나 야구 선수의 꿈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활동하며 재기를 꿈꿨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2022년 말 그는 재입단 테스트를 통해 다시 NC 유니폼을 입게 됐고, 빠른 발을 적극 활용, 올 시즌 1군에서는 주로 대주자로 활약했다.
그런 박영빈에게 16일은 힘든 하루가 됐다. 그는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NC가 1-3으로 뒤진 8회말 선두타자 안중열이 볼넷을 골라 출루하자 대주자로 나섰다.
당시 박영빈은 2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렸다. 이어 마운드에 있던 한화 우완 불펜 자원 장시환의 4구 122km 커브를 포수 최재훈이 포구하지 못하고 앞으로 흘린 사이 그는 3루를 노렸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판단이 됐다. 박영빈 본인도 뛰기 전 잠시 멈칫하며 시간을 허비했고, 한화 안방마님 최재훈은 정확한 송구를 날렸다. 끝내 박영빈은 3루에서 아웃 판정을 받았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한화 쪽으로 넘어갔다. 결국 NC는 이날 한화에 3-4로 분패했다.
그러나 박영빈은 하루 뒤 이를 완벽히 만회했다. 그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화와의 맞대결에서 양 팀이 9-9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2루타를 날린 윤형준의 대주자로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받았다.
타석에 들어선 김수윤은 번트를 시도하려는 듯 하다 곧바로 방망이를 고쳐 잡고 상대 좌완 불펜투수 김규연의 2구 135km 슬라이더를 힘껏 받아쳤다. 공은 중견수 앞으로 흘렀고, 박영빈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이 맹렬한 질주를 선보였다.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다소 빠르고 짧은 타구였으며, 한화 중견수 장진혁의 송구도 비교적 정확했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박영빈의 손이 한화 포수 최재훈의 태그보다 빨랐고, 이는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박영빈의 주루플레이에 힘입은 NC는 한화를 10-9로 격파하고 3연패에 마침표를 찍으며 51승 2무 47패를 기록, 단독 4위를 굳게 지켰다.
주눅들만도 했지만, 박영빈이 기죽지 않고 이처럼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령탑 강인권 NC 감독의 믿음과 지지가 있었다.
17일 경기 전 만난 강 감독은 16일 경기에서 나온 박영빈의 주루사에 대해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지 공격적으로 주루한 것은 칭찬을 하고 싶다”며 “멈칫하다가 다시 스타트한 부분 때문에 결과가 안 좋았는데, 주루는 공격적으로 하는게 좋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캡틴’ 손아섭도 마찬가지였다. 17일 한화전에서 9회말 때려낸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포함해 6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한 그는 해당 경기 후 ”(박영빈에게) 솔직히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본인이 더 잘 아는 상황이다. 열심히 하다가 그런 상황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별 말은 따로 안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아섭은 ”그런 것들이 경험이다. 사람이 실수를 안 할수는 없다. 실패를 통해서 경험이 쌓이며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는 것“이라면서 ”저 역시 어릴 때 많은 실수를 통해서 지금은 그런 상황들이 왔을 때 최대한 침착해지려 한다. 박영빈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결정적인 주루사에도 기죽지 않고 다시 폭발적인 스피드를 과시하며 NC 승리에 힘을 보탠 박영빈. 그의 활약 배경에는 이처럼 사령탑과 주장의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가 있었다.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