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년하고 나갈 거라 생각했어요.”
IBK기업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박민지(24)는 수원전산여고(現 한봄고) 졸업 후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섰으나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 가까스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으로부터 수련선수 지명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프로 팀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지금은 수련선수로 입단하게 되면 당해 시즌 1라운드 종료 후 등록선수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수련선수로 입단을 하더라도 뛸 수가 없었다. 당해 연도 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선발된 선수는 1년이 지난 뒤에 정식 선수로 등록이 가능하다는 연맹 규정에 따라 2017-18시즌은 뛰지 못했다.
박민지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며 훈련에 임했다. 차상현식 강훈련을 모두 견뎠고, 결국 2018년 기회를 잡게 되었다.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라이징스타상을 받았다. 박민지란 이름을 배구팬들에게 알렸다.
2018-19시즌부터는 붙박이 주전은 아니더라도 팀이 흔들릴 때마다 들어가는 쏠쏠한 교체 멤버로 활약했다. GS칼텍스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박민지는 2019-20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지금의 팀 IBK기업은행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제는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의 지도하에 2023-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수련선수로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박민지란 선수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박민지와 함께 지명을 받았던 두 명의 수련선수는 물론이고 최근 몇 년간 수련선수 지명을 받고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선수는 드물다. 최근 흥국생명에서 GS칼텍스로 이적한 2년차 세터 김지우 정도다.
24일 충북 충주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충주연수원에서 만났던 박민지는 “나는 내가 수련선수 1년 생활이 끝나고 나갈 줄 알았다”라고 돌아보며 “차상현 감독님이 기회를 줬기에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시즌 끝나고, 명절 때에도 종종 연락을 드린다. 또 IBK기업은행에서 나를 좋게 봐줬기에 트레이드로 데려온 거라 생각한다. 두 팀에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GS칼텍스에 있을 때는 초등학교 때 배구를 하던 느낌이었다. 어렸으니 아무것도 몰랐던 때라 마냥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에서는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마음이다. GS칼텍스에 있었던 때와는 다르게 연차가 쌓이고 생각이 많아졌다. 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종료된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이 첫 경기가 끝난 후 부상으로 빠지면서 박민지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 박민지는 5경기 27점 공격 성공률 32.89%를 기록했다.
박민지는 “팀에 플러스가 되어야 하는데, 마이너스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육)서영이가 잘해주고, 다들 도와주며 배구를 하니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던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그 어느 때보다 알차게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최근 아웃사이드 히터 외인을 뽑았던 IBK기업은행이지만, 다가오는 시즌에는 미국·푸에르토리코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와 함께 한다. 그 말은, 국내 선수들끼리 아웃사이드 히터 라인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황민경, 표승주 주전 라인에 육서영 그리고 박민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박민지는 “비시즌에는 정확도를 높이고, 이단 연결 같은 공을 잘 처리할 수 있게 세터들과 많은 훈련을 했다”라며 “팀이 흔들릴 때 내가 들어갈 것 같은데 언니들이 힘들 때 잠깐 숨돌릴 틈이라도 벌어주고 싶다.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잘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박민지는 “코트에 들어가면 연습했던 부분이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오랜 시간 코트에 머물고 싶다. 또 나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충주=이정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