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성영훈이 2023년 김택연에게 “너는 나와 다르게 아프지 말고 오랫동안 공 던지길”

15년 전인 2008년에도 15년이 흐른 2023년에도 여전히 청소년 야구대표팀 혹사 논란은 반복된다. 두산 베어스 팬들에겐 아픈 손가락인 성영훈이 5연투 혹사 논란에 빠진 김택연에게 따뜻한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2023년 이영복 감독(충암고)이 이끄는 18세 이하(U-18) 한국 청소년 야구대표팀은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동메달 성과와 별개로 5연투 혹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김택연은 9월 2일 타이완전에 구원 등판해 54구를 던지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4일 호주전에 구원 등판해 15구를 던졌다.

두산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투수 성영훈. 사진=두산 베어스

그리고 5일 하루 휴식을 취한 김택연은 6일 푸에르토리코전에 구원 등판해 21구를 던지다 우천 서스펜디드 경기로 등판을 못 끝냈다. 7일 재개된 푸에르토리코와 서스펜디드 경기 마운드에도 올라간 김택연은 19구를 던지고 등판을 마무리했다.

김택연은 8일 열린 슈퍼라운드 미국전에서도 선발 황준서의 뒤를 이어 구원 등판해 16구를 소화했다. 3연투를 소화한 김택연은 9일 슈퍼라운드 네덜란드전에서도 구원 등판해 4연투와 더불어 24구를 던졌다.

4연투에 이어 설마 했던 ‘5연투’까지 현실로 이뤄졌다. 김택연은 미국과 동메달 결정전 선발 마운드에 올라 7회까지 총 98구를 던지는 역투를 펼쳤다. 5일 동안 무려 총 178구를 던진 21세기 야구에선 말도 안 되는 비현적인 일이 벌어졌다.

김택연 청소년 야구대표팀 등판 일지

2일 타이완전 54구

3일 휴식

4일 호주전 15구

5일 휴식

6일 푸에르토리코전 21구

7일 푸에르토리코전(서스펜디드) 19구

8일 미국전 16구

9일 네덜란드전 24구

10일 미국전 98구

대회 기간 9일 동안 총 247구 투구

김택연은 9월 14일 열리는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두산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큰 분위기다. ‘5연투 혹사’ 논란을 겪은 김택연이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면 내년 데뷔 시즌을 건강하게 준비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사실 두산 팬들이 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김택연을 바라보는 건 이미 청소년 대표팀 혹사 논란을 겪고 프로 무대에서 꽃을 못 다 피운 사례가 있는 까닭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2008년 청소년 야구대표팀 혹사 논란을 겪은 투수 성영훈이다.

두산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투수 성영훈. 사진=두산 베어스

성영훈은 2008년 당시 청소년 야구대표팀에 발탁돼 7월 26일 멕시코전 1이닝 구원 등판, 7월 27일 호주전 8.1이닝 선발 등판, 8월 1일 타이완전 9이닝 선발 등판, 8월 3일 미국전 9이닝 선발 등판을 연달아 소화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당시엔 투혼으로 포장됐지만, 성영훈은 2009년 두산 1차 지명 입단 뒤 오랜 기간 부상과 수술 재활로 고생하다 2018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성영훈의 1군 통산 기록은 25경기 등판 2승 1패 평균자책 4.18이었다.

성영훈은 현역 은퇴 뒤 아마추어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성영훈은 성남 매송중학교 투수코치를 맡아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MK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성영훈 코치는 이번 김택연 5연투 혹사 논란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성 코치는 “15년 전엔 나도 자청해서 마운드에 올라가 많은 공을 던졌다. 그 나이 때는 몸이 크게 아프지 않으면 당연히 큰 무대에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김택연 선수도 메달을 딸 수 있는 무대라 더 의욕적으로 던졌을 거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더 먼 미래를 위해서 이제부터 더 관리를 잘했으면 좋겠다. 나도 청소년 대표팀을 다녀온 뒤 전국체전 경기까지 공을 던진 게 너무나도 치명타였다. ‘그 때 공을 더 던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를 아직까지 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웠던 과거를 되돌아봤다.

성 코치는 과거 현역 은퇴 뒤 개인 SNS에 ‘아직도 가끔 꿈에서 공을 던진다. 꿈에서는 어깨, 팔꿈치가 너무 멀쩡하게 던지는데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어깨, 팔꿈치가 너무 아프다. 누구나 미련은 남지만 이제는 미련을 접고 새롭게 시작하자’라는 글을 올려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성 코치가 아마추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것도 자신과 같은 안타까운 케이스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성 코치는 “지금도 팔이 아파서 아이들에게 배팅 볼을 못 던져준다(웃음). 원래 야구계를 완전히 떠나려고 했는데 나와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자는 생각에 아마추어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무리할까 싶으면 내가 나서서 말리고 자제해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성 코치는 김택연에게 따뜻한 응원 메시지를 건넸다. 성 코치는 “김택연 선수가 투구하는 걸 영상으로 몇 번 봤는데 구위가 진짜 좋아보였다. 그런 좋은 구위를 지닌 선수니까 나와는 다르게 오랫동안 건강하게 공을 던지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몸 관리를 잘하면 괜찮을 거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때 두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 만약 김택연 선수가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면 내가 두산 팬들에게 주지 못했던 기쁨까지 모두 다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성영훈 코치는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약한 김택연에게 오랫동안 건강히 공을 던지길 소망했다. 사진=WBSC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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