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저 너머에’
90년대 인기 미국 드라마 ‘X-파일’에 나오는 명대사 하나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LA다저스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 쇼헤이, 그리고 그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를 둘러싼 이른바 ‘도박 스캔들’은 여러 의혹득만 남긴 가운데 이대로 ‘저 너머의 진실’이 될 분위기다.
사건은 서울시리즈 2차전을 앞둔 21일 터졌다. ‘LA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오타니측 변호인이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를 ‘대규모 절도’ 혐의로 고발했고 다저스 구단이 미즈하라를 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도박 업자 매튜 보이어를 통해 불법 도박을 해왔는데 오타니의 계좌를 통해 450만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 해명되지 못한 것이 많다.
오타니는 자신의 계좌에서 이렇게 많은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줄곧 함께했던 통역이자 친구 미즈하라가 도박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 이전에, 이 도박은 과연 미즈하라 혼자만의 일탈 행위였을까?
오타니와 소속팀 다저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런 의문들을 그대로 덮고 갈 분위기다. 오타니는 이 사건이 터진 이후 언론 인터뷰도 일절없이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갔다. 그의 소속팀, 에이전트,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은 당사자인 미즈하라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이다. 그는 이 사건이 보도되기전 ‘ESPN’과 인터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을 갚아주기 위해 (도박 업자에게) 돈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돈을 ‘절도’한 것은 아니게 된다.
그러나 이후 오타니측 변호인이 그를 고발한 뒤 미즈하라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자신의 도박 빚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도박 업자에게 돈을 보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일단 미즈하라가 말을 바꾼 것은 오타니측 변호인의 부탁(혹은 회유, 혹은 협박)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오타니측 변호인은 왜 미즈하라의 최초 진술은 그대로 허용한 것일까? ESPN은 앞선 미즈하라의 인터뷰도 오타니측 변호인의 허락 아래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한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이러한 일탈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무국의 행보다.
사무국은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디 어슬레틱에 따르면 “사건을 살펴보고 정보를 모으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매체는 ‘사무국이 오타니가 피해자라는 변호인측의 진술을 오타니가 도박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미즈하라의 최초 진술보다 더 신뢰하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에 돈을 가져다주고 있는” 오타니를 사무국이 감히 조사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정보 부족을 이유로 사법 당국의 도박 업자에 대한 수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끄는 분위기다. 최소한 사건을 명확하게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않고 있는 모습은 리그의 진실성을 지키려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무국은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현지시간으로 금요일 오후 성명을 통해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단계”라 밝히며 “조사 부서(DOI)에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미국은 현재 스포츠 베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프로스포츠 경기장에 베팅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선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도 리그 구성원에 대한 ‘합법적인 도박 업체’를 통한 ‘야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에 대한 베팅’은 허용하고 있다. 미즈하라도 처음에는 거래한 도박 업자가 불법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이 경계는 더 모호해질 것이고, 지금과 같은 사태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디 어슬레틱은 “진짜 문제는 앞으로 미즈하라같은 사례가 또 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스포츠 리그가 베팅을 받아들이면서 얻는 재정적 이익을 대가로 어느 정도 수준의 당혹스러운 일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여부”라는 질문을 던졌다.
[피츠버그(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