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삼진왕 위용은 어디로? 최다 14실점 참사 더거, 구위도 제구도 엉망이다 [MK분석]

트리플A 탈삼진왕의 위용은 어디로 갔을까. SSG 랜더스의 외인 투수 로버트 더거가 KBO리그 역대 최다 실점 타이 기록으로 무너졌다. 구위도 제구도 모두 엉망이라 향후 거취도 위험한 지경이다.

더거는 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12피안타 7사사구 14실점(13자책)의 충격적인 투구 끝에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투구수는 98구였고, 평균자책은 종전 5.73에서 12.86까지 폭등했다.

무엇보다 KBO리그 단 3경기 등판만에 역대 1경기 최다 실점 타이 불명예 기록을 쓴 것이 더욱 뼈아팠다. 더거가 기록한 14실점은 KBO리그 역대 3번째에 해당하는 최다 실점 기록이다.

로버트 더거. 사진=SSG 랜더스

종전까지 김유봉(당시 두산, 1999년 8월 7일 대구 삼성전), 패트릭(다시 삼성, 2017년 6월 9일 광주 KIA전)까지 2명이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13자책으로 패트릭이 갖고 있는 최다 자책점(14자책) 불명예 기록을 동시에 쓰지 않은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을 정도로 6일 더거의 투구는 최악의 모습이었다.

입단 당시 받았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벌써 약점이 불거진 듯한 모습이다. 3월 26일 한화전서 5이닝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한 이후 3월 31일 삼성전 6이닝 5피안타(1홈런) 5탈삼진 3실점으로 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3번째 경기서 난타를 당하고 말았다.

앞선 2경기 역시 내용면에서 불안감이 계속 노출됐는데, 3경기만에 더거가 갖고 있는 모든 단점이 드러난 것에 가깝기에 앞으로 KBO리그에서 더 생존할 수 있을지 우려가 드는 상황이다.

SSG가 더거를 영입한 분명한 이유는 있다. 22시즌 더거는 메이저리그 2개 팀에서 뛰면서 4경기(1선발)에서 16이닝 동안 6.19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는데 9이닝당 10.69개에 해당하는 많은 삼진을 솎아냈고, 볼넷 허용도 이전 콜업때보다 낮은 경기당 3.69개로 숫자를 줄였다. 22년 트리플A에서도 더거는 19경기(12선발)를 뛰면서 이전 마이너리그에 있을 당시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23시즌 트리플A에서 평균자책-탈삼진 2관왕에 올랐던 더거. 사진=AFPBBNews=News1

특히 23시즌 더거는 비록 빅리그에 콜업받지 못했지만 트리플A 퍼시픽리그에서 평균자책점 4.31과 탈삼진 143개를 기록하며 각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세부 내용적으로도 트리플A 풀타임 시즌을 기준으로 가장 좋은 8.79개의 경기 당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경기 당 볼넷 허용을 과거 더블A와 트리플A 콜업 초기 당시 이후로 가장 적은 수준인 3.69개로 떨어뜨렸다.

지난해 더거는 특유의 디셉션(숨김동작)과 빠른 팔스윙을 바탕으로 타자를 혼란스럽게 하면서 많은 볼끝의 움직임을 가진 투심패스트볼과 여러 변화구를 잘 구사, 자신의 약점이었던 제구를 잡고 탈삼진 능력을 더 높였다. 이런 긍정적인 개선점이 KBO리그에서도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SSG다.

하지만 8일 현재 스탯티즈 기준 더거의 투구 관련 모든 핵심 지표들은 처참한 수준이다. 피안타율 0.350/피출루율 0.437/피장타율 0.483이 모두 리그 최하위권이다. 3경기 2패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평균자책은 12.86으로 리그 최하위권 수준이다. 앞선 14실점의 임팩트가 워낙 크지만 세부 지표를 찾아봐도 희망적인 내용을 찾기 쉽지 않다.

또한 스탯티즈의 볼 구종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 시즌 더거의 투구는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는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다. 가장 많은 32.6% 구사한 포심 패스트볼은 대부분 스트라이크존을 훌쩍 벗어난 높은 코스에 다수가 몰려 있다.

포심의 경우 스트라이크존 안의 공들 역시 우타자 기준 몸쪽, 좌타자 기준 바깥쪽의 가운데 코스에 많이 몰려 있거나 아예 존을 훌쩍 벗어난 수준이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코너워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제 1구종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거의 제2구종인 투심패스트볼이나 다른 변화구인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마찬가지로 제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먼저 투심 패스트볼은 대부분 바깥쪽 방향으로 멀리 벗어나거나 낮은 코스에서 형성되고 있다. 사실상 포심과 함께 주무기가 되어야 할 투심패스트볼이 지나치게 존 밖에서 형성되고 있는 까닭에 범타 등을 유도하는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우타자의 몸쪽을 파고 들어야 할 투심패스트볼 등이 전혀 먹히지 않으니 자연스레 타석당 투구수가 늘어나고 안타나 볼넷 등을 허용한 경우가 잦았다.

다른 변화구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지난 3경기서 더거가 25구 던졌던 슬라이더는 단 1구도 S존을 통과하지 못했고, 33구를 던진 체인지업은 단 2구만이 S존을 통과했다. 물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모두 타자들의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하는 유인구로 사용한다면 모든 투구를 굳이 스트라이크로 던질 필요가 없다.

동시에 그런 단순한 접근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더거는 아예 S존 안에 변화구를 넣지 못하거나 유사한 코스로도 구사하지 못하면서, 변화구는 대부분 볼이라는 극단적인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맞물려 더거가 경기 당 평균 4.5개의 볼넷을 내주고 있을 정도로 제구가 불안하다보니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S존 밖으로 크게 벗어난 코스의 유인구는 아예 치지 않고, 몰리는 공만 때리면 되는 편안한 상황이 됐다.

로버트 더거. 사진=연합뉴스 제공

앞으로 남은 더 큰 문제는 더거가 구위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도 아니기에 향후 적응하는 과정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더거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4km로 2022년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 89.9마일(144.6km)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이 정도 구속은 KBO리그에서도 37위로 그리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외인투수로 한정하면 최하위권이다.

이런 더거의 직구 구종가치 마저 현재 –2.9로 리그 144위, 최하위권 수준이다. 헛스윙 스트라이크도 9.8%, 중위권 수준으로 평범하다. 타자들 입장에서 직구는 던져주면 오히려 감사한 상황. 현재까지 더거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4월 초의 시즌 극초반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더거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 이른 시점일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더거가 ABS 시스템에 적응하기 힘든, 그리고 KBO리그에서 경쟁력이 있는 스타일의 투수가 아니라면 올 시즌 퇴출 1호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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