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나 중간이나 어떤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해 던질 계획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애써 억누르고 씩씩하게 공을 뿌린 유영찬(LG 트윈스)이 가을야구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3번으로 LG의 지명을 받은 유영찬은 묵직한 패스트볼과 더불어 슬라이더, 스플리터가 강점으로 꼽히는 우완투수다. 1군 데뷔시즌이던 지난해 67경기(68이닝)에 출전해 6승 3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44를 올리며 두각을 드러냈다.
올해에도 유영찬의 활약은 계속됐다. 팀의 마무리 보직을 맡아 62경기(63.2이닝)에서 7승 5패 2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작성, LG의 뒷문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이런 유영찬에게 최근 아픔이 찾아왔다. 3일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유영찬은 5일 오전 발인 후 오후에 펼쳐지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유영찬이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낸 뒤 저녁 늦게 선수단 숙소에 합류하게 했다.
그리고 유영찬은 곧바로 6일 펼쳐진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LG가 7-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심신 모두 힘든 상태였지만, 유영찬은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다. 선두타자 황재균을 유격수 플라이로 묶었다. 심우준에게는 볼넷을 범했지만, 김민혁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의 내야 안타와 조대현의 사구로 2사 만루와 마주했지만, 강백호를 좌익수 플라이로 유도,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유영찬의 이런 활약에 힘입은 LG는 KT를 7-2로 꺾고 1차전 2-3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시리즈 균형을 1-1로 맞출 수 있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유영찬이) 복귀 후 첫 경기였다. 2스트라이크를 잡은 이후 볼넷을 주고, 또 볼 개수가 많아진 것은 시즌 후반부터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점했으면 다음 경기에 영향을 줬겠지만 실점을 하지 않고 마무리를 잘했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유영찬은 “(아버지가) 많이 생각도 나는데, 야구랑은 별개라 생각했다”며 “마운드 위에서 똑같은 마음으로 던졌던 것 같다. 주자를 내보내긴 했는데, 그래도 공은 후반기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LG 동료들은 유영찬에게 큰 힘이 됐다. 이날 경기 시작 전에는 다 함께 유영찬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2차전이 끝난 뒤 임찬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일이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유)영찬이가 바로 복귀를 했다. 많이 힘들 텐데 기특하고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영찬은 “우리 형들과 동생들이 많이 생각해주고 챙겨줬다. 너무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시리즈 균형을 맞춘 LG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영찬이 꿋꿋이 활약한다면 큰 힘을 얻게 될 터.
유영찬은 “오늘 경기가 저에게 큰 의미가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야구와 그 일(아버지 부고)은 별개라 생각한다. 똑같이 했던 것 같다”며 “마무리나 중간이나 어떤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해 던질 계획”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