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은)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하나의 우승 반지를 얻은 최형우(KIA 타이거즈)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는 2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를 7-5로 제압했다.
정규리그에서 87승 2무 55패를 기록, 1위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써낸 KIA는 이로써 통합우승과 마주하게 됐다.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12번째다.
베테랑 최형우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그는 4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올리며 KIA의 공격을 이끌었다.
1회말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선 최형우는 3회말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KIA가 1-5로 뒤지던 1사 1, 3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좌완 이승현의 초구 116km 커브를 공략,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기세가 오른 최형우는 2-5의 스코어가 이어지던 5회말 결정적인 한 방을 작렬시켰다. 선두타자로 출격해 삼성 우완 불펜 김태훈의 5구 140km 패스트볼을 받아 쳐 비거리 115m의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최형우의 이 홈런으로 분위기를 추스른 KIA는 해당 이닝에만 추가로 2득점하며 경기 균형을 맞췄다. 이후 KIA는 6회말 김태군의 1타점 적시 내야안타와 8회말 박찬호의 1타점 좌중월 적시 2루타를 앞세워 V12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아울러 최형우 본인에게도 뜻 깊은 홈런이었다. 1983년 12월 16일생인 그는 만 40세 10개월 12일의 나이에 이 홈런을 쳐 김강민(은퇴)이 2022년 세웠던 기존 기록(만 40세 1개월 25일)을 넘어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6회말 2루수 땅볼, 7회말 자동 고의4구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친 최형우는 “좋다, 진짜 내 (야구) 인생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우승)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허리 부상을 이겨내고 이뤄낸 결과라 더 값진 성과였다. 최형우는 허리가 좋지 않아 4차전에서 결장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역전극의 발판이 되는 홈런을 쏘아올렸다.
최형우는 “어떻게 보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뭔가를 해보고 싶었다. 코치님께 오늘 지면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6차전을 못 뛴다 말씀드렸다. 그런데 역전승해서 다 없던 일이 된 것 같다”며 “(최고령 홈런은) 몰랐다. 그냥 따라가니 너무 좋았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제 승리를 직감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역전했을 때”라며 “초반만 해도 어떻게 될 지 몰랐다. 6차전도 생각해야 했다. 역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늘이 1차전부터 약간 우리 우승하라고 도와주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최형우가 생각했을 때 KIA가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밑에 후배들 기량이 어디에 내놓아도 만족할 만한 선수들이 됐다. 그 전까지는 아직 확실히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 정도였는데, 지금은 말이 필요 없다”며 “동생들이 너무 대견하고 멋있는 것 같다. 외부에서는 우리가 우승후보라 했는데, 시즌 초부터 그렇게 순탄하게만 오지 않았다. 작년이랑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왜 우승후보로 꼽았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동생들 기량이 올라왔다. 1년 동안 너무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우승한 것 같다”고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최형우는 이번 우승으로 개인 6번째 우승 반지를 챙기게 됐다. 그는 앞서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2011~2014년 4년 연속 우승을 경험했고, 2017년에는 KIA의 우승을 견인했다. 단 이런 최형우에게도 이번 우승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최형우는 “(올해 가장 큰 위기는) 2위 팀이 2~3경기 차로 붙었을 때”라며 “그때가 위기였다. 우리가 이겨 남들은 쉽게 보일지 모르겠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똥줄’탔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우승을) 내년에도 하면 좋겠지만, 아마 제 인생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내년에도 더 열심히 해 1등 해야한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잘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광주=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