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 주장 김영권(35)은 여전하다. 안정적인 수비력과 리더십으로 후방의 안정을 꾀하고, 날카로운 왼발 킥을 앞세워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도맡는다. 특히나 2024시즌 후 휴식을 취하고 동계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몸 상태까지 완벽하다. 지난해 김영권은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울산의 새 시즌 출발은 불안했다. 울산은 2월 12일 2024-25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7차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원정에서 1-2로 패했다. 16일 홈에서 펼쳐진 FC 안양과의 올 시즌 K리그1 개막전에선 0-1로 졌다.
김영권이 팀 중심을 잡았다. 김영권은 선수들에게 “우승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우승 DNA’를 일깨웠다. 울산은 안양전 이후 리그 2경기 모두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특히 3월 1일 홈에서 펼쳐진 올 시즌 첫 ‘현대가 더비’에선 경기 내용과 결과(1-0) 모두 잡았다. 1일 전북 현대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울산의 리그 2연승을 이끈 김영권과 나눈 이야기다.
Q. ‘라이벌’ 전북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이겨서 기분이 좋다. 모두가 경기를 준비한 대로 잘 풀어간 듯하다.
Q. 올 시즌 개막전에서 FC 안양에 패하긴 했지만 이후 2경기 모두 무실점 승리했다.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우리가 연습했던 대로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으로 믿는다. 수비진은 김판곤 감독께서 말씀하신 걸 잘 이행하고 있다. 모든 선수가 잘 따라주고 있어서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란 결과가 나온 듯하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도록 힘쓰겠다.
Q. 전북이 긴 패스를 활용한 공격을 주로 시도했다.
전북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알고 있었다. 전북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가도록 놔두고 싶지 않았다. 전방 압박을 하면서 사전에 볼을 차단하고자 했다. 그게 잘 통했다. 그래서인지 최후방에선 좀 편했던 것 같다.
Q. 시즌 초반부터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 2월 12일 부리람 원정에서 1-2로 패했고, 16일 홈에서 치른 K리그1 개막전에서도 안양에 0-1로 패하지 않았나. ‘주장’ 김영권의 리더십이 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듯한데.
선수들에게 크게 한 얘기는 없다. 선수들에게 “우승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만 했다. 우린 어떤 팀을 상대하든 ‘이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 선수들에게 “절대로 진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우린 다른 팀이 최근 3년간 하지 못한 걸 해낸 팀이다. 그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Q. 조현우가 빠졌지만, 수비에 큰 문제가 없다.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란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조)현우는 한국 최고의 골키퍼다. 우리 팀에서 아주 중요한 선수다. 하지만, 현우의 부상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문)정인이도 빼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경기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나를 비롯한 울산 모든 구성원이 정인이를 믿고 있다. 나는 그 믿음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Q. 김영권이 문정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던데.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한다. ‘울산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정인이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Q. 지난해엔 1월부터 AFC 아시안컵에 참여하면서 쉬질 못했다. 올해는 푹 쉬고 팀 훈련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그래서인지 경기력이 올라온 듯하다. 곧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가 있다. 복귀해야 하지 않나.
글쎄. 그건 홍명보 감독께서 선택하시지 않을까. 나는 팀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을 때 대표팀 복귀 기회가 생길 거다. 대표팀에 뽑히고 안 뽑히고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우리 팀이 더 좋은 경기력으로 더 많은 승리를 챙기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Q. 대표팀 복귀에 대한 열망은 어느 정도인가.
대표팀을 원하지 않는 선수가 있을까. 대표팀은 항상 꿈이다. 늘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싶다. 선수에겐 계속해서 땀 흘리게 하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아닌가 싶다.
Q. K리그1에서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계속해서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
아내다(웃음). 아내가 몸 관리를 잘 시켜준다. 먹는 것부터 쉬는 것까지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써준다. 애가 셋이다. 여유가 있을 땐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아내는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에 개인 운동을 시킨다. 내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거다.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Q. 김영권은 울산의 수비를 책임지는 핵심일 뿐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도맡는다. 중앙 수비수로 후방에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지 않나.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올 시즌 울산은 무엇이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나.
아무래도 유기적인 움직임이 더 많아진 듯하다. 약속된 플레이도 늘었다. 선수들이 앞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명확히 알고 있다. 선수들이 어떤 위치에서 볼을 받든 그 자리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안다. 우리가 동계 훈련부터 준비한 대로 잘 풀어가고 있다.
[울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