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 막힌 꿈, 그러나 희망을 본 한 달…대한민국의 농구는 이제 시작이다 [아시아컵]

‘만리장성’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러나 희망을 본 한 달, 대한민국 농구는 이제 시작이다.

안준호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열린 중국과의 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8강전에서 71-79로 패배했다.

중국은 예상외로 강했다. 주축 전력의 절반 가까이 빠진 그들이었으나 그럼에도 ‘만리장성’이라는 벽은 거대했다. 대한민국은 잘 싸웠다. 3점슛과 속공으로 무장, ‘죽음의 조’를 통과한 그들은 ‘3점슛’이라는 확실한 무기를 제대로 쓰지 못했음에도 마지막까지 추격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결과는 통한의 패배로 끝났으나 고개만 숙인 채 끝날 순간은 아니었다.

이현중의 뜨거운 눈물, 그러나 대한민국 농구는 이제 시작이다. 사진=FIBA 제공

3년 전, ‘자카르타 참사’와 같은 결과. 그러나 그 누가 이번 대회를 ‘제다 참사’라고 할 수 있을까. 귀화선수는 없었고 주축 이정현의 부상 이탈이 있었다. 여전히 아시아 레벨에선 8강이라는 한계에 부딪혔으나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얻을 게 많았다.

대한민국은 이현중이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얻었다. 코트 위에 선 것만으로 팀에 주는 영향력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이정현, 여준석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위력도 강력했다. 여기에 ‘新 조선의 슈터’가 된 유기상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무엇보다 3년 전과 달랐던 건 안준호 감독이 그토록 강조한 ‘원팀 코리아’가 현실로 이어진 것이다. 승리의 순간을 함께했고 패배의 아픔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상 선수의 고통과 슬픔을 공유, 우리가 진정 하나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단언컨대, 최근 10년간 가장 단합된 대한민국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대한민국 선수단을 위해 먼 제다까지 날아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도 있었다. 1949년생 할머니부터 KBL 흥행의 중심 젊은 세대의 팬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식사부터 커피까지 제공했다. 경기장에서의 뜨거운 응원은 당연했다. 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 ‘죽음의 조’를 통과, 8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선수단을 위해 먼 제다까지 날아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도 있었다. 1949년생 할머니부터 KBL 흥행의 중심 젊은 세대의 팬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식사부터 커피까지 제공했다. 경기장에서의 뜨거운 응원은 당연했다. 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 ‘죽음의 조’를 통과, 8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 사진=FIBA 제공

그러나 현실은 아시아컵 8강. 대한민국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21세기 들어 단 한 번도 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감동적인 스토리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 시작이라는 것,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 꾸준히 자신을 향해 채찍질해야 한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진정 올림픽을 꿈꾸고 있다면 말로만 할 것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안준호 감독 포함 대한민국 선수단은 아시아컵을 통해 작은 희망을 보여줬다. 이제는 큰 희망을 넘어 올림픽이라는 현실로 이어가야 할 차례다.

첫 번째 숙제는 귀화선수다. 라건아가 태극마크와 함께 마지막으로 치른 경기는 2024년 2월이다. 무려 1년 6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새로운 귀화선수는 아직 없다. 2년에 가까운 아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곧 다가올 2027 FIBA 카타르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역시 귀화선수 없이 치를 수도 있다. 대한민국으로의 귀화 절차가 타 국가에 비해 매우 복잡한 건 명백한 사실. 하나, 대한민국농구협회의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한 아쉬움이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야 한다.

귀화선수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어떤 유형의 귀화선수가 필요한지에 대해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귀화선수가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묻는 건 시대에 뒤처지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최선을 다했으나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사진=FIBA 제공

두 번째 숙제는 철저히 준비된 평가전이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일본, 카타르와 총 4번의 평가전을 치렀다. 그러나 부족하다. 모두 국내에서 ‘국내 심판진’으로 치른 다소 어설픈 평가전이었다. 심지어 대회 직전 평가전은 없었다.

우리보다 더 크고 강한 상대를 만나 깨지고 또 부딪쳐 봐야만 성장할 수 있다. 아시아컵을 준비한다고 해서 꼭 아시아 팀과 평가전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매해 유럽, 아메리카 등 더 크고 강한 상대를 만나 KBL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하기 힘든 지금, 원정 평가전 역시 필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시아의 왕’이었던 하메드 하다디는 이란의 세대교체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선수들은 더 많은 경기, 특히 유럽 팀과 좋은 경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도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다.

여준석은 이현중, 이정현, 유기상 등과 함께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에이스다. 사진=FIBA 제공

앞서 언급한 두 가지는 대한민국 농구가 단기적으로 실행, 풀어낼 수 있는 숙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아시아 이상을 바라보는 건 어렵다. 결국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는 유소년 농구의 시스템 발전, 해외 진출 장려 등이 답이 될 수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발전 속도는 대단하며 월드컵, 올림픽에서도 천천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치무라 루이, 와타나베 유타 이후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 CBA 주도로 팀마다 혼혈 선수들을 영입,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 진출 사례도 많아지는 상황이다. 오랜 시간 아시아 4강권에서 멀어졌던 대만조차 귀화선수는 물론 혼혈까지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그들이 이번 대회에서 이란을 몰아붙이며 잠시나마 4강을 바라볼 수 있었던 이유다. 이외에도 중동의 귀화 러시는 대단하며 혼혈도 적지 않다. ‘오일 머니’로 무장한 그들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도 단기, 장기 할 것 없이 발전 속도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지금의 ‘황금 세대’는 분명 멋진 스토리를 썼으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앞으로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되고 있다. 점점 피부로 느껴질 속도 차이다.

이제 시작이다. 젊고 어린 선수들이 대한민국 농구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이후 6년 동안 이어진 암흑기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답을 내야 할 차례다. 진정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이제 시작이다. 젊고 어린 선수들이 대한민국 농구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이후 6년 동안 이어진 암흑기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답을 내야 할 차례다. 진정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사진=FIBA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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