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박나래와 전 매니저 A씨의 갈등이 횡령 의혹을 둘러싼 ‘진실 게임’으로 치닫는 가운데, 매니저 A씨가 내놓은 해명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질적인 ‘시스템 리스크’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니저의 횡령 정황을 보도한 텐아시아와 이를 반박하는 A씨의 인터뷰를 실은 엑스포츠뉴스의 보도가 20일 잇따르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A씨가 횡령 혐의를 부인하며 내세운 논리다. 그는 “박나래의 컨펌(확인)”을 방패막이로 삼아 형사적 책임을 피해 가려는 고도의 법적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건의 발단은 자금 흐름의 비정상성이다. 박나래 전 매니저 A씨의 추가 횡령 정황을 포착해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박나래의 소속사 ‘앤파크’로 입금되어야 할 브랜드 D사 행사비 1,000만 원이 엉뚱하게도 A씨가 대표로 있는 개인 법인 ‘YYAC’ 계좌로 들어갔다. 해당 매체는 법인 명의로 처리된 세금계산서까지 확인하며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통상적으로 아티스트의 수익금은 전속 계약을 맺은 소속사 법인 통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제3의 계좌, 그것도 담당 매니저의 개인 회사로 돈이 흘러들어갔다면 이는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의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A씨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엑스포츠뉴스를 통해 “박나래와 관련된 모든 입출금 및 계약은 본인의 컨펌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나래는 모든 계약서를 직접 확인하며, 확인 전에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A씨의 핵심 논리다.
법조계 시각에서 이 발언은 단순한 억울함의 호소가 아니다. 횡령죄 성립의 핵심 요건인 ‘불법영득의사(타인의 재물을 자기 것처럼 이용하려는 의사)’를 무력화하려는 치밀한 전략으로 읽힌다.
즉, “돈이 내 법인으로 들어온 건 맞지만, 주인인 박나래가 도장을 찍거나 승인했으므로, 이는 횡령이 아닌 합의된 거래”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아티스트 1인에게 의존하는 소규모 기획사나, 매니저와의 신뢰 관계를 우선시하는 연예계 관행이 어떻게 법적 족쇄가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많은 연예인이 매니저를 가족처럼 믿고 세부적인 계약 조건이나 입금 계좌를 꼼꼼히 따지지 않은 채 ‘관행적 결재’를 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만약 박나래가 매니저를 믿고 해당 계약서에 서명했다면, 설령 기망에 의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법적으로는 ‘승인’한 모양새가 되어버린다. A씨가 “수사관의 판단에 맡기겠다”, “언론이 아닌 박나래 본인과 다투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배경에는 이러한 ‘서류상의 승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사건은 1,000만 원의 행방을 넘어, ‘시스템 부재’ 속에서 아티스트의 결재권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믿었던 매니저의 배신에 이어, 자신이 했던 ‘컨펌’이 자신을 찌르는 무기가 되어 돌아온 상황. 활동을 중단한 박나래가 이 ‘신뢰의 덫’을 어떻게 법적으로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