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으러 나간 자리에서 인생 강의를 펼친 대가는 컸다. ‘나는 솔로’ 29기 영숙이 ‘오은영숙’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결국 남은 것은 출연자 퇴사라는 무거운 죄책감뿐이었다. 이는 연애 리얼리티가 ‘훈계’의 장으로 변질되었을 때 벌어지는 씁쓸한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일 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TV’를 통해 공개된 29기 영숙의 인터뷰는 ‘썸’이 실종된 연애 예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영숙은 방송 내내 영식에게 사회생활에 대한 일침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오은영 박사’에 빗댄 ‘오은영숙’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9살 차이가 나고 너무 동생 같아서 선생님 같은 마음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패착이었다.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은 나이 차를 뛰어넘는 로맨스나, 혹은 정중한 거절이었다. 그러나 영숙은 영식을 ‘남자’가 아닌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봤다. 데이트는 순식간에 ‘압박 면접’이나 ‘인생 상담’으로 변질됐다. 영숙 본인은 호의로 건넨 조언이었을지 모르나, 방송이라는 프레임을 거치며 그것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지적질’로 비쳤고, 결과적으로 설렘 대신 숨 막히는 긴장감만을 조성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방송 직후 영식이 실제로 회사를 그만뒀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영숙은 “얘기를 듣자마자 PD님께 연락드렸다. 하필 ‘오은영숙’ 타이밍에 그만두게 돼서 나 때문일까 걱정했다”며 죄책감을 토로했다.
물론 영식은 “원래 그만둘 생각이 있었고 타이밍이 겹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다르다. 방송에서 사회생활 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적받은 직후 이어진 퇴사는,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방송 여파’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일반인 출연자가 감당해야 할 편집의 무게와 파급력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영숙은 “영식이를 남자로 대했어야 했다”며 뒤늦은 후회를 내비쳤다. 그녀의 말처럼 ‘오은영숙’이라는 캐릭터는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견인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나는 솔로’의 본질인 ‘사랑’을 찾는 데는 독이 됐다.
상대방의 단점을 덮어주고 매력을 발견하려 노력하기보다, 부족한 점을 분석하고 교정하려 드는 태도 앞에서는 그 어떤 로맨스도 싹트기 힘들다. 영숙의 죄책감 고백은, 연애 프로그램에 나와서까지 ‘선생님’이 되려 했던 태도가 남긴 뼈아픈 교훈이다.
사랑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 29기 영숙의 사례는 앞으로 ‘나는 솔로’를 찾을 수많은 ‘인생 선배’ 출연자들에게 중요한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