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르지만, 배우 이민정(43)에게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데뷔 27년 차 배우. 그런데도 무대 위에 선 그의 모습은 오히려 더 맑아졌다.
11일 오전 서울 상암 MBC에서 열린 새 오디션 프로그램 ‘오디션 끝장전 1등들’ 제작발표회. MC로 나선 이민정은 화이트 톤 레이스 블라우스에 데님 팬츠, 그리고 포인트가 된 백구두를 매치해 등장했다. 단정하게 올려 묶은 로우 번 헤어에 잔머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스타일링, 광채 피부와 또렷한 속눈썹이 더해진 풀 메이크업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또렷했다.
특히 화이트 하이힐은 이날의 키 포인트였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백구두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공식석상 분위기를 단번에 밝히며, 20대 초반 신인 시절의 청순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소환했다. 166cm의 슬림한 실루엣 역시 변함없었다. ‘꽃보다 남자’ 하재경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2009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무대 아래 그의 일상은 또 다르다. 집에서는 3살 딸의 춤을 따라 하며 “엄마 손가락 어디 있나요”를 반복해 듣는 엄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그는 “집에서는 아이 노래를 계속 듣고 있어서, MC를 하면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겠더라”며 웃었다. 도파민과 힐링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도 전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민정의 시작은 1998년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고, 2001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해 연출을 하다 연기에 입문했다. 2004년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연극 ‘서툰 사람들’ 화이 역으로 무대에 섰고, “가장 화이 같은 배우”라는 평을 들었다.
이후 영화 ‘아는 여자’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독립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에서는 1인 2역을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단역과 조연을 거쳐 2009년 ‘꽃보다 남자’에서 하재경 역으로 대중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올렸고, ‘그대 웃어요’를 통해 주연 배우로 자리 잡았다.
2013년 배우 이병헌과 결혼해 1남 1녀를 둔 그는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조급함 대신 안정감이, 화려함 대신 여유가 더해졌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이 자연스럽게 표정에 배어 있다.
이민정의 매력은 급격한 변신이 아니라 ‘결의 유지’에 있다. 소녀 같은 눈빛, 또렷한 이목구비, 단정한 분위기. 시간이 흘러도 기본값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보며 “변했다”기보다 “겹쳐졌다”고 느낀다.
43세. 두 아이의 엄마. 데뷔 27년 차 배우. 그리고 여전히, 백구두를 신으면 소녀처럼 웃는 사람. 시간은 흘렀지만, 이민정의 눈빛만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