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동생” 하며 의리를 외치던 ‘낭만 엔터’의 시대는 끝났다.이제 남은 것은 계산기를 두드리는 채권자와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뿐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그룹 엑소의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을 상대로 부동산과 예금 채권 가압류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단순한 소송전을 넘어, 아티스트의 ‘생존권’인 주거지까지 겨냥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돌아올 다리를 끊어버린 행위”로 해석된다.
11일 가요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SM은 최근 첸백시 3인을 상대로 법원에 채권 가압류를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청구 금액은 총 26억 원. 백현의 구리 아파트, 시우민의 용산 아파트, 첸의 전세 보증금이 그 대상이다.
이번 가압류가 충격적인 이유는 그 대상의 구체성과 잔혹함에 있다. 보통 연예 기획사 간의 분쟁이 일어나면 정산금 청구 소송이 먼저 진행되지만, SM은 자산 동결 조치인 ‘가압류’부터 실행했다.
특히 첸의 경우 ‘주택 전세금 반환 채권’이 가압류됐다. 이는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을 빼갈 수 없다”는 강력한 압박이다. 백현과 시우민 역시 자신들 명의의 아파트 처분이 막혔다.
업계 관계자는 “SM이 첸백시를 더 이상 ‘소속 아티스트’나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명확한 시그널”이라며 “일반적인 채권추심 업체가 악성 채무자를 다룰 때나 쓰는 방식이다. 자존심을 꺾고 백기 투항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태의 발단은 ‘돈’이다. 지난 2023년 6월, 양측은 ‘엑소 활동 유지’를 대의명분으로 극적 합의했다. 첸백시가 개인 법인(INB100)을 통해 독자 활동을 하되, 매출의 10%를 로열티 명목으로 SM에 지급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첸백시는 SM이 약속했던 ‘음원 유통 수수료 5.5%’ 보장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10% 지급을 거부했고, SM은 “계약서에 도장 찍었으니 돈을 내라”며 맞섰다.
결국 SM은 ‘사기 혐의 고소’ 등 형사적 대응을 넘어, 가장 확실하고 뼈아픈 ‘금융 치료’를 선택했다. “약속(매출 10%)을 어긴 대가는 혹독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타 아티스트들의 이탈 움직임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번 사태로 엑소의 완전체 활동은 사실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SM은 지난해 10월부터 “합의 이행 없이는 팀 활동도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집을 담보로 잡힌 멤버들과, 그 집을 경매에 넘길 수도 있는 소속사. 이 기형적인 관계 속에서 ‘We are One’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팬들은 여전히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SM의 이번 가압류 조치는 K-팝 시스템에서 ‘온정주의’가 완전히 소멸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계약 앞에서는 슈퍼스타도 한 명의 ‘고액 체납자’가 될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장이 되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