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논란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손절’ 칼바람을 맞았던 배우 이이경이 4개월 만에 침묵을 깨고 마이크 앞에 섰다. 그의 복귀 타진 장소가 TV가 아닌 라디오라는 점, 그리고 그가 유일하게 생존한 곳이 ‘나는 SOLO(솔로)’라는 점은 현재 방송계의 미묘한 온도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이경은 12일 방송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스페셜 DJ로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사생활 폭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약 4개월 만의 공식적인 소통이다.
이날 이이경은 “한 주 한 주 살아남자는 마음으로 왔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겸손이 아닌 뼈아픈 현실 인식이다.
지난해 불거진 ‘독일인 네티즌 폭로’ 사태는 진위 여부를 떠나 이이경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해당 네티즌이 “AI로 조작한 것”이라고 사과했다가 번복하는 등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됐음에도, 보수적인 지상파의 반응은 냉혹했다. MBC ‘놀면 뭐하니?’는 그를 하차시켰고,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합류는 없던 일이 됐다. 심지어 ‘용감한 형사들’에서도 자리를 비워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지킨 건 자극적인 리얼리티의 최전선, ‘나는 솔로’였다. 도덕적 무결점이 필수인 가족 예능(슈돌, 놀뭐)과 달리, 남녀의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을 다루는 연애 예능에서 이이경의 ‘솔직하고 조금은 가벼운’ 이미지는 오히려 리스크가 아닌 캐릭터로 용인된 셈이다. 이는 방송사나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출연자의 사생활 리스크를 다루는 기준이 철저히 이중적임을 시사한다.
이이경은 이날 “도움이 된다면 불러달라”며 적극적인 구직(?) 의사를 밝혔다. 법적 공방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생방송 라디오 출연을 강행한 건, 대중의 반응을 가장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라디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편집 없는 생방송에서 실시간 문자를 받아낸다는 건 그만큼 결백에 대한 자신감이 있거나, 혹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는 방증이다.
폭로자는 오락가락했고, 이이경은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아직 명확한 법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이경은 더 이상의 자숙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국민 MC’급 도덕성을 요구받던 지상파에서는 밀려났지만, 케이블 예능의 끈을 잡고 버틴 지난 4개월. 이번 라디오 출연이 ‘반쪽짜리 복귀’를 넘어, 다시 메인 스트림으로 들어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방송가의 눈이 쏠리고 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