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아시아 최정상에 올랐다.
내고향은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에서 공격수 김경영의 선제골을 앞세워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라자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AWCL은 AFC 회원국 각 여자 리그 상위 팀들이 참가하는 클럽대항전이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총 12팀이 오른다. 4팀씩 3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 2위 6팀과 3위 팀 중 상위 2팀이 8강에 진출한다. 상위팀 홈구장에서 단판 승부로 8강을 치른 뒤 준결승부터는 파이널스라는 명칭으로 단일 개최지에서 준결승과 결승전이 열린다.
지난 1월 대한축구협회는 AWCL 파이널스 유치 의향서를 보냈고 수원FC위민의 준결승 진출과 함께 수원 유치가 확정됐다. 이번 파이널스에는 내고향, 도쿄베르디를 비롯해 수원FC위민(한국), 멜버르시티(호주)가 올랐다.
내고향은 준결승에서 수원FC위민, 결승에서 도쿄베르디를 차례로 꺾고 당당히 트로피와 함께 우승 상금 100만 달러(한화 약 15억원)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내고향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리유일 감독을 헹가레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이후 인민공화국기(인민기)를 크게 펼치며 경기장을 한 바퀴 내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자축했다. 밝고 환한 미소로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우승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했다.
경기 후 리 감독은 “내고향은 창립된 지 14년밖에 안 된 팀이다. 역사가 짧다”라며 “오늘 우리는 아시아 1등이 됐다. 전적으로 우리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따뜻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의 크나큰 사랑과 믿음에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내고향은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챔피언스컵 자격을 얻었다. 리 감독은 “이미 시상식을 마쳤다. 새로운 도전을 맞이해야 한다. 이제 세계 무대다. 보다 더 훌륭한 성적을 내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다만, 리 감독은 우승의 기쁨 속에서도 국호 사용과 관련해 다시 한번 분개했다. 그는 취재진의 ‘북측’이라는 표현에 “질문을 받지 않겠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에서도 한국 취재진의 국호 표현에 불편한 기색을 보인 바 있다.
이번 대회에 북한 선수단의 8년 만에 방한에 남북 공동응원단이 결성되기도 했다.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3,000여명의 팬을 동원해 수원FC위민과 내고향의 준결승전에 응원전을 펼쳤다. 통일부는 남북 협력 이해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해 응원 경비 및 행정비 명목으로 3억원을 지원했다.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부터 스포츠계 및 축구계에서는 북한 선수단의 방한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움직였다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공동응원단은 두 팀을 함께 응원하겠다고 나섰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모습이었다.
20일 열린 준결승에 공동응원단은 약속 대로 수천 명의 인파를 동원됐다. 그러나 응원전은 정작 내고향을 향한 ‘일방’에 그쳤다. 수원FC위민의 공격 상황에서 내고향이 잘 막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듯 “내고향!”을 더 크게 외쳤다. 득점 상황에서도 내고향이 골망을 흔들자 수원FC위민의 선제골보다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결승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원FC위민이 탈락하자 본격적인 내고향 응원에 나섰다. 막대 풍선과 치어리더까지 대동해 ‘(짝짝 짝짝짝) 내고향’, ‘오~필승 내고향’ 등의 응원 구호를 불렀다.
내고향이 우승을 확정하고, 인공기가 보이자 공동응원단은 더 큰 함성을 보냈고, 심지어 기립박수까지 보내며 화답했다.
열띤 응원을 보낸 공동응원단은 어느 쪽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박길영 수원FC위민 감독은 준결승 후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 수원FC위민입니다”라고 강조하며 “경기 내내 속상했다”라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상대인 리 감독은 준결승과 결승을 치르면서도 “경기 외적인 부분에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여기에 현수막 논란까지 터졌다. AFC는 대회를 앞두고 축구협회로부터 “한국과 북한의 특수 관계는 이해하지만 모든 우선순위는 축구에 있다”라며 “외부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분리되길 바란다”라고 이례적으로 서신을 전달했다.
그러나 결승전 당시 공동응원단이 앉은 관중석 쪽에 ‘5.24조치 해제하라’, ‘평화를 위한 경제통일. 하나 된 한반도, 함께 여는 미래’라는 문구와 함께 한반도가 그려진 로고를 사용했다. 한반도기는 AFC 규정에 따라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이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의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역시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수원FC위민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북한 선수단의 방한에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더욱이 같은 대진의 팀끼리 같은 숙소를 묵는다는 AFC의 방침에도 내고향의 요청으로 강제로 숙소까지 옮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응원전마저 내고향을 향한 일방적인 응원을 보낸 공동응원단으로 인해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 여정을 마쳐야만 했다.
[수원=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