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 이런 모습을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요르단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FC서울 수비수 야잔 알아랍 얘기다.
야잔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J조 예선 선발 출전, 풀타임 소화했지만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요르단은 이 패배로 조별예선에서 2연패 기록하며 사실상 탈락이 확정됐다.
오스트리아와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자책골을 허용했던 야잔은 이날 요르단의 수비 라인을 이끌었다. 요르단은 덕분에 점유율 27%-62%(경합 11%), 슈팅 수 8-17, 유효 슈팅 4-8로 일방적으로 밀렸음에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의 세트피스 수비가 문제였다. 후반 24분 나디르 벤부알리, 후반 37분 아민 구이리에게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허용했다.
야잔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쉽게 경기장을 떠날 수 없었다. 도핑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요르단 선수단 중 가장 늦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텅빈 믹스드존을 힘없이 통과하는 그에게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하며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너무 피곤하다”며 정중히 거절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그를 비롯한 요르단 선수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월드컵 예선 3라운드 B조에서 4승 4무 2패로 한국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으나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오늘 골을 넣은 니자르 알-라쉬단은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력도 좋았고 득점 기회도 만들어냈다. 안타깝게도 사소한 실수,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실수로 두 골을 내주고 말았다. 승리를 목표로 했지만, 축구란 게 원래 그런 것이다. 앞으로 있을 경기에서는 이번 실수를 교훈 삼아 더 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전반전은 아주 훌륭했고 후반전도 나쁘지 않았다. 기회도 만들었다. 아마 집중력이 약간 떨어졌거나 체력이 조금 저하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실점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축구란 게 그런 것이다. 작고 단순한 실수 하나가 경기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골키퍼 야지드 아부 라일라는 “모든 것은 신의 뜻이었고, 오늘 패배한 것 또한 우리의 운명이었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승부는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갈렸다. 우리는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아주 훌륭하게 시작했다. 리턴 직후 이어지는 상황에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운이 우리 편이 아니었다. 상대는 오늘 그런 상황에서 두 번이나 득점했다.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팬 여러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신의 뜻에 따라 앞으로도 대표팀을 계속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생각을 전했다.
이날 MOM으로 선정된 알제리의 이브라힘 마자는 “힘들었지만 우리가 경기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반전에 리드를 지키지 못한 건 정말 아쉬웠지만, 우리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후반전에도 차분하게 임하되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골을 넣을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결국 해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승점 3점이었다”며 이날 승리에 대해 말했다.
이날 경기로 양 팀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알제리는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조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알제리 미드필더 파레스 차이비는 “일종의 ‘조별리그 결승전’같은 경기다. 조 2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중요한 승부가 될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요르단은 리오넬 메시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노린다.
아부 라일라는 “세계 챔피언을 상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과 경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영광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훌륭한 선수들이 있고, 그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 월드컵 여정이 끝날 때쯤이면, 우리의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라쉬단은 “우리는 요르단 국가대표팀이 어떤 팀인지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이번 월드컵에 왔다. 신의 뜻에 따라 다음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불태웠다.
[산타클라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