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는 선수들 간의 내기도 용광로처럼 뜨겁다.
오는 8월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열린다. 2022년 시작한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올해 벌써 5번째를 맞는다. 매해 축구 팬들을 위한 빅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또, K리그 팬들에게는 ‘올스타’ 개념의 팀 K리그가 결성돼 눈길을 이끈다.
올해 팀 K리그는 정정용 전북현대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고, 정경호 강원FC 감독이 수석코치로 보좌한다. 팀 구성은 두 감독과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회(TSG)가 협의를 거쳐 K리그1 전 구단에서 1~2명씩 선발 예정이다.
포항의 ‘용광로급 내기’는 올해 빼어난 활약을 펼친 23세 이하(U-23) 선수를 대상으로 선발하는 ‘쿠플영플’에서 일어났다. 쿠플영플은 K리그1 전 구단이 1명씩 후보를 제출해 12명을 대상으로 팬 투표를 실시해 1명을 선발한다.
포항은 2004년생 공격수 조상혁이 이름을 올렸다. 해외 명문 팀과의 맞대결인 만큼, 일부 선수에겐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조상혁에게는 롤모델인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을 볼 수 있어 절실하다.
지난 4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조상혁은 “K리그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리고 홀란과 꼭 맞붙어보고 싶다. 정말 좋아하는 선수다”라며 간절함을 보였다.
다만, 쿠플영플 발탁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조상혁은 “솔직히 FC서울의 (손)정범이가 될 것 같다. 저는 한 번 반짝였을 뿐인데, 정범이는 지금까지 쭉 잘해오고 있다. 기대받는 유망주다.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발탁된다면,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조상혁은 “꼴등만 안 했으면 좋겠다”라며 “제가 쿠플영플로 발탁되면, 팬들에게 사비로 팀 K리그 유니폼 세 벌을 선물해드리겠다. 가능하면 팀원들 사인도 받아보겠다”라고 공약했다.
이어 “한 표 한 표 정말 팬들께서 소중하게 투표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소중함을 잊지 않겠다.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조상혁의 발탁 여부를 두고 어정원이 엄청난 공약을 걸었다. 어정원은 조상혁이 쿠플영플에 발탁되면, 구단 버스를 새로 뽑아주겠다고 선언한 것. 현재 포항이 사용 중인 구단 버스는 2억 6,000만~2억 7,000만 원대다.
조상혁은 “(어)정원이 형의 통장을 털어야겠다. 정원이 형은 버스를 바꿔준다 하고, (이)호재 형은 커피차를 쏜다고 하더라. 그래서 동기부여가 더 크다. 이제 나만 더 열심히 뛰면 된다”라고 웃어 보였다.
어정원의 생각은 어떨까. 어정원은 조상혁의 쿠플영플 발탁에 상당히 비관적이었다. 그는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조)상혁이가 발탁되려면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당분간 꽤나 무리하겠다”라며, 발탁 확률에 대해 “0.9% 정도. 지나다가 우연히 개미를 밟을 확률이지 않을까. 상혁이가 욕심도 나고 기대도 하고 있겠지만, 현실을 빨리 깨달아야 실망도 덜 할 텐데 걱정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손정범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팀원으로서 상혁이를 당연히 응원한다”라며 마침 지나가던 조상혁을 말끔히 바라봤다.
투표는 10일까지 진행된다. 만약 조상혁이 발탁되면 어떻게 할 건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정원은 고민하다 “없던 일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 제가 남자답게 잘못을 인정하고, ‘성급했다’ 말하고 넘어가려 한다”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공교롭게도 어정원은 지난해 뉴캐슬 유나이티드 방한 당시 팀 K리그에서 뛴 적 있다. 그는 “운이 좋았다. 명문 팀을 상대로 내가 어느 정도 기량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어떻게 플레이하고,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라며 “상혁이도 가면 좋을 텐데, 너무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안 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주장 전민광은 열렬히 조상혁의 발탁을 기원하고 있다. 전민광은 “정원이의 좋은 공약이 이뤄지길 바란다. 진심으로 상혁이가 발탁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조상혁을 놀리는 어정원을 두고는 “미친 거 같다. 같은 팀원이 안 되길 바라다니”라며 혀를 차더니 “워낙 쟁쟁한 선수가 많지만, 상혁이는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다. 중요한 경기마다 활약해준 게 팬들 의견에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 나도 새로운 구단 버스를 타고 싶다”라고 응원했다.
[안양=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