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김정렬이 고등학생 시절 군 복무 중 세상을 떠난 형의 죽음이 30여 년이 지나서야 바로잡힌 과정을 직접 털어놨다.
8일 방송된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는 44년 우정을 이어온 코미디언 김정렬과 황기순이 출연한 가운데, 김정렬은 군 복무 중이던 형이 구타를 당해 사망했던 가족사를 꺼냈다.
김정렬은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1977년 정도였는데 형님이 저녁에 갑자기 날 찾아왔다”며 “‘네가 보고 싶어서 왔다’라고 하더라. 새벽까지 안 주무시고 부대로 복귀하고 난 시험을 보러 갔다”고 형과의 마지막 만남을 떠올렸다.
다음 날 집에 돌아왔을 때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김정렬은 “갔다 와 보니 군용 트럭이 와 있었다. 형님이 아파서 입원했다고 고향 주소를 달라더라”며 “그런가 보다 했는데 형이 구타를 당해 돌아가신 거였다. 시험 기간이어서 내게는 안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공식적으로 나온 사망 원인은 구타사가 아니었다. 김정렬은 “사망 원인이 농약에 의한 자살로 나왔다”고 했다.
가족 중에서도 어머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렬은 “어머니는 옛날에 시골에서 그런 걸 많이 봤다면서 절대 농약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직접 시신을 확인한 어머니가 군에서 밝힌 사망 원인에 계속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 진실을 확인하기까지는 3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김정렬은 “그런 줄 알고 30년 넘게 참아왔다”며 이후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다시 조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청해서 조사해 보니 범인이 나왔다. 공소시효가 지났고 양심선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김정렬 가족 앞에서 직접 사과까지 했다. 김정렬은 “우리 가족 앞에서 사과도 하고 우리도 형의 명예를 회복했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형의 사망 원인이 바로잡히면서 자살로 남아 있던 기록 역시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졌다고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당시 자살로 처리되면서 형은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했다. 뒤늦게 진실이 밝혀진 뒤에는 안장이 가능해졌지만 이번에는 유골을 찾을 수 없었다.
김정렬은 “유골을 부대 근처에 묻었는데 개발이 되면서 그냥 없어졌다”며 당시 매장 장소에 별도의 표시도 남아 있지 않아 결국 형의 유골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은 어머니에게도 너무 많이 흘러 있었다. 김정렬은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을 무렵 “이미 어머니는 병이 생겼고 치매도 걸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가족이 기다렸던 진실은 밝혀졌고 형의 명예도 회복됐지만, 국립묘지에 모실 수 있게 된 뒤에는 정작 모셔야 할 유골이 남아 있지 않았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