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추억조차도 잔인한 족쇄가 될 때가 있다.
영광이 눈부셨던 만큼 대중의 기억 속에 ‘그때 그 시절’로 박제되어, 과거라는 단단한 성벽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15년의 시간적 공백을 딛고 대중의 가슴속 감성을 저격하며 2026 KWDA에서 ‘K 월드 드림 리스너 초이스상’을 차지한 걸그룹 씨야의 드라마가 우리에게 더욱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이들이 수동적인 기획 상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과 팀의 온전한 주인이 되는 깊고 단단한 내면의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전화 한 통으로 깨진 ‘오해의 벽’과 물 흐르듯 성사된 기적
지난 2020년 인기 예능 ‘슈가맨 3’ 완전체 출연 이후 수많은 재결합 기회가 타진되었으나, 각자 소속사가 다르고 현실적인 조율 과정이 지연되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며 결국 무산되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의 소지가 불화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부풀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적 같은 재결합의 시작은 믿기지 않을 만큼 사소하고 우연한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되었다. 지난해 홀로 무대 행사를 준비하게 된 리더 남규리는 씨야 시절 곡의 오리지널 반주(MR)를 찾지 못해 곤경에 처하자, 행사 전날 밤 12시 늦은 시각에 용기를 내어 동생 이보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색할 수 있었던 심야의 무작위 연락이었지만, 수화기 너머 이보람은 어제 만난 오랜 친구처럼 “당연히 빌려주겠다”며 흔쾌히 화답했다.